BTS 제이홉, 美 시카고 달군 `솔로` 무대…"나 자신 자랑스러워"
BTS 제이홉, 美 시카고 달군 `솔로` 무대…"나 자신 자랑스러워"
  • 이하연 기자
  • 승인 2022.08.01 2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타인뉴스 이하연 기자] “이 순간을 이겨낸 제 자신에게 낯간지럽지만 정말 자랑스럽다고 해주고 싶네요.”

31일(현지 시각) 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그랜트 공원. 이곳 북미 대형음악페스티벌 ‘롤라팔루자’ 메인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의 한 마디에 찢어질 듯한 객석 함성이 쏟아졌다. 무대 앞을 가득 메운 객석 절반 가량이 BTS 팬클럽 아미(Army)들의 응원 ‘아미밤’의 보라색 불빛으로 넘실거렸다.

이날 제이홉은 오후 8시 50분부터 약 1시간 가량 공연을 펼쳤다. 롤라팔루자는 2005년부터 매년 약 40만 명을 시카고로 끌어모은 대규모 야외 음악 축제로,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등 유명 가수가 헤드라이너로 거쳐갔다. 28일부터 나흘간 열린 올해 축제에도 전설적인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 두아 리파, 릴 베이비, 머신 건 켈리, 재즈민 설리반 등이 메인 출연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 중 제이홉은 마지막날 공연장 남단의 피날레 무대에 섰고, 같은 시각 그의 반대편 북단 메인 무대에선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팝펑크 밴드 ‘그린데이’가 공연을 펼쳤다.

이날 제이홉은 ‘북미 대형 페스티벌 간판공연자로 나선 최초의 한국 가수’이자, 지난 6월 BTS가 ‘개인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후 나선 첫 솔로 주자로도 주목받았다. 특히 이 무대에서 제이홉이 지난달 초 발매한 솔로 앨범 ‘모어(More)’의 첫 라이브 무대를 공개한다는게 알려지면서 큰 관심이 몰렸다. BTS 소속사 하이브 자체 팬커뮤니티 앱 ‘위버스’와 글로벌 OTT 매체 ‘훌루(Hulu)’로 공연이 동시 생중계됐고, 현장에선 오전 5시부터 제이홉 공연 무대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팬들의 대기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제이홉은 솔로 앨범 더블 타이트곡 ‘모어’로 공연 첫 문을 열었다. 특히 1부와 2부가 나눠진 듯한 형태로 공연을 이어갔다. 검정 옷차림으로 무대에 뛰어오르며 등장한 제이홉은 1부 격의 공연 초반 30분 동안 강렬한 록사운드 편곡 연주에 맞춰 솔로앨범 수록 10곡을 완창했다. ‘판도라의 박스(pandora’s box)’, ‘항상’, ‘piece of piece’, ‘stop’, ‘what if’, ‘방화’ 등을 노래하며 공연 중간 서울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 남산 등 한국의 정경이 담긴 영상을 틀기도 했다.

2부 격의 공연으로 넘어갈 때는 갑자기 앨범명과 같은 대형 피에로 장난감 박스(Jack in the box)만 무대에 남긴 뒤 퇴장했고, 2분 가량 오르골 연주 소리만 들려줬다. 이후 불꽃과 함께 흰옷으로 갈아입고 등장한 제이홉은 BTS의 싱글곡 다이너마이트를 멤버들 없이 혼자 춤추며 불렀다. 이어 ‘데이 드림(믹스테이프)’ ‘Outro ego(BTS 곡)’, ‘홉월드(믹스테이프)’, ‘Trivia 起 : Just Dance(BTS곡)’ 등 2018년 냈던 믹스테이프 ‘홉월드’와 BTS 앨범 수록 솔로곡을 섞어 불렀다. 믹스테이프 수록곡 ‘치킨누들수프’ 무대에는 곡에 찬초출연(피처링)했던 베키 지(Becky.G)가 등장해 함께 무대를 꾸몄다.

다만 제이홉의 완창다운 완창을 들을 기회는 다소 적었다. 공연 편곡 대부분이 후렴구를 훅(Hook·반복적인 가사나 멜로디)이나 세션 연주, 아니면 피처링으로 채운 형태여서다. 제이홉이 보컬 멤버가 아니고 힙합 앨범을 낸 것임을 감안해도 객석 아미들의 떼창이 제이홉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장면이 지나치게 자주 이어졌다. 다이너마이트 무대는 편곡을 새로 해서 선보였지만, 이벤트성임을 감안해도 추임새를 제하면 랩과 노래를 직접 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대신 8명의 댄서와 춤을 주로 췄다.

그럼에도 1시간 동안 객석의 뜨거운 호응을 이어간 제이홉의 무대 장악력과 영향력 만큼은 이날 페스티벌에서 단연 돋보였다. 특히 국내 아이돌 출신 중 1시간 짜리 공연을 오롯이 혼자 채울 수 있는 솔로 가수는 손에 꼽힌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제이홉 앨범 수록곡의 특성상 라이브가 쉽지 않고, 첫 솔로 무대부터 1시간을 꽉 채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그럼에도 호응 유도에 신경을 쓴 공연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향후 다른 아이돌 출신 솔로활동 멤버들의 단독공연 길라잡이가 될 만한 무대”라고 평했다.

이날 제이홉은 공연 말미 한국어로 “(이 공연이) 저에게 의미 있는 순간이다. 욕심, 야망으로 시작된 앨범이 성대하게 마무리를 향해 가는 과정 중 하나”라며 “이 앨범을 통해 모든 스케줄이 저에게 피와 살이 됐다. 오늘 ‘롤라팔루자’를 하면서, 그리고 여러분을 보면서 또 한 번 확고한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페스티벌 주최측인 시카고 시는 이날 제이홉을 축제의 주인공으로 대접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로리 라이트풋(Lori E. Lightfoot) 시카고 시장은 제이홉 공연 30분 전 무대를 직접 찾아 “시카고는 제이홉을 정말 환영한다!(give J-hope great chicago welcome!)”며 객석을 향해 외쳤다. “시카고 시의 후원으로 롤라팔루자 공연이 약 40억 달러(한화 약 5조 2000억원) 경제 효과를 내며 10년 동안 더 이어질 것”이란 정책 홍보도 펼쳤다. 주목도가 높은 제이홉의 공연 직전을 시정 홍보 시간으로 톡톡히 활용한 것이다.

사미르 마예카르 시카고 경제 및 지역 개발 부시장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손님들의 긴 대기줄이 늘어선 시카고 시내 카페를 찍어올리며 “시카고 경제에 미치는 제이홉 효과(The J-hope effect on our chicago economy)”란 글을 남겼다.

앞서 70만원~260만원 사이에 팔린 이날 공연 티켓은 이미 축제 시작 전부터 매진 상태였다. 업록스 등 일부 미국 대중문화 매체들은 “롤라팔루자 일요일 무대는 통상 관객 동원율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31년 롤라파루자 역사상 (일요일 무대에 선) 제이홉 만큼 많은 티켓을 판매한 출연자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제이홉이 공연을 선 마지막 날 롤라팔루자에 몰린 관객 수는 약 10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