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굿즈 과대판매,, 재활용 의무도 제대로 이행 안하는 케이팝
음반·굿즈 과대판매,, 재활용 의무도 제대로 이행 안하는 케이팝
  • 김민지 인턴기자
  • 승인 2022.10.17 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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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선주문량만 100만장 돌파’

‘올해 실물 음반 판매량 7000만장 넘을 듯…’

케이팝의 인기와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디지털 음원의 강세로 침체되었던 실물 앨범 시장이 다시 부흥하며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하는 기쁜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하지만 마냥 좋은 측면만 존재하지 않는다. 실물 음반 ‘과잉생산’ 문제다. ‘앨범깡’, ‘팬싸컷’ 같은 표현이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준다. ‘앨범깡’은 팬 한 사람이 동일한 실물 음반을 중복해서 구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팬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 구매해야 하는 실물 음반의 개수를 뜻한다. 팬 사인회 응모권이 실물 음반 1장당 1개씩 들어있기 때문에, 팬들은 적게는 수십장, 많게는 수백장의 앨범을 구매한다. 그런데 이러한 실물 음반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있다. 플라스틱은 생산·소각·재활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해서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준다.

폐기물부담금은 재활용이 어려운 물건을 만들거나 수입한 업체에 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음반에 든 시디(CD),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으로 만든 ‘굿즈’(기획사가 소속 가수와 관련해서 팬들을 위해 만든 상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18~2021년 정부가 대형 기획사 등 음반 제조업체 7곳에 부과한 폐기물부담금은 모두 1억9145만8천원이었다.

음반을 감싼 비닐 포장지, 시디 케이스 등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이하 이피아르) 제도 적용 대상이다. 이피아르는 생산자에게 의무적으로 제품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하되, 생산자가 직접 제품을 재활용하기 어려울 경우 제품의 회수·재활용에 드는 비용 일부를 부과하는 제도다. 우원식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8~2021년 실물 음반 관련 이피아르분담금은 모두 1억5380만원으로 집계됐다.

실물 음반과 관련한 폐기물부담금, 이피아르분담금은 대부분 플라스틱에 부과된다. 지난 4년 동안 음반사들이 부과 받은 ‘플라스틱 쓰레기세’는 폐기물부담금과 이피아르분담금을 더해 모두 3억4525만8천원인 셈이다. 정부에 폐기물량을 신고하거나 정부 조사로 부과 대상이 된 업체는 모두 15곳인데, 이 가운데 연간 출고량 10톤(시디 약 58만장) 미만인 기획사 8곳은 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기획사들이 음반 판매로 올린 수익에 견주면 미미한 수준이다. 2018년 2282만장이던 음반 판매량은 지난해 5708만장(써클차트 톱400 기준, 국외 판매 포함)으로 4년새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기획사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빅 3’로 꼽히는 하이브, 에스엠, 와이지는 지난해 하이브, 에스엠, 와이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1903억원, 685억원, 506억원이었다. 수천만장의 플라스틱 음반을 팔아 막대한 이익을 거뒀지만, 지난 4년 동안 이들 기업에 부과된 플라스틱 쓰레기세는 하이브 1억2021만9420원, 에스엠 6807만1248원, 와이지 2724만1063원에 불과했다. 하이브의 경우 이달 초까지만 해도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에서 누락되어 이피아르분담금(재활용부과금) 5500만원가량만 부과된 상태였는데, 지난달 의원실 자료요청이 시작되자 2021년도 폐기물부담금 6500만원가량을 황급히 더했다.

환경단체·전문가들은 정부의 폐기물부담금·이피아르제 운영 자체가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이라는 제도 취지를 구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먼저 지적했다. 시디 1㎏당 폐기물부담금은 150원으로 기준 금액 자체가 적고, 연간 출고량이 10톤(약 58만장, 국외 판매분 제외) 이상이어야 부과 대상이 되는 등 감면 범위가 넓다. 환경운동연합 백나윤 자원순환 담당 활동가는 “기업들은 소액의 돈만 내면 해결 가능하다고 여기기 쉽다”고 말했다.

제도의 허점은 부실한 관리에서도 드러난다. 환경부의 실물 음반 관련 자료는 연도별 부과 업체가 들쑥날쑥하고,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 같은 또 다른 대형 기획사는 아예 빠져있기도 했다. 환경부 쪽은 ‘대형 기획사임에도 부과 대상에서 빠진 업체가 존재하는 이유’를 묻는 의원실 질의에, “폐기물부담금의 경우 음반제조업자 상위 17곳을 대상으로 조사 중이며, 이 가운데 11곳은 폐기물부담금을 부과했고 나머지 6곳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환경부는 또한 의원실의 자료 요청 및 질의가 이어지자, 하이브와 제이와이피에 대한 2021년도 폐기물부담금을 지난 11일 부랴부랴 부과했다. 2021년도 폐기물부담금 총액이 1억80만8천원인데, 이 가운데 두 기획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78%(하이브 6497만9420원, 제이와이피 1346만1460원)에 달한다.

이피아르분담금의 업체 누락에 대해서는, “(업체가) 제도 대상임을 인지하지 못해서 미이행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조사를 통해 미이행을 확인하면 추후 재활용부과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답했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이피아르분담금을 가장 먼저 낸 기획사는 2014년 와이지와 유니버설뮤직이다. 이어 2018년 카카오와 소니뮤직이, 올해 큐브엔터테인먼트가 납부에 합류했다. 하이브와 에스엠은 이피아르분담금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재활용 의무 미이행량에 따른 가산금액(15~30%)을 적용한 ‘재활용 부과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친환경 소재로 만든 음반과 시디를 뺀 실물 음반 유형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획사들의 ‘친환경 마케팅’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기획사들의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재활용 용지를 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앨범 이외의 새로운 마케팅을 펼치고, 실물 앨범 구매 후 재활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책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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