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상 모든 미쓰백을 응원합니다, 미쓰백 (2018)

2020-03-18     장은송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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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인뉴스 장은송 인턴기자] 미쓰백(감독 이지원/ 출연 한지민, 김시아, 권소현 등)은 2018년 10월에 나온 영화이다. 이 작품으로 39회 청룡영화상에서 한지민(백상아 역) 분이 여우주연상을, 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영화 여자 최우수연기상, 그리고 권소현(주미경 역) 분은 여자 조연상, 마지막으로 이지원 분이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고를 때까지만 해도 당시 같이 개봉했던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를 볼까 했는데 시간이 적절치 않아 차선으로 '미쓰백'을 선택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차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이 영화를 다 보고 나온 후에는 최고임을 확신했으며 이는 지금도 변치 않다.

 딱 하나 후회되는 점을 꼽자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미쓰백'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봤기 때문에 휴지를 미리 챙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래도 어린아이들을 보면 귀여워서 눈물이 나는 편인데 이런 사람이 아동학대를 다룬 영화를 본다니.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이렇게 크게 운 영화는 처음이었다. 다행인 건 나 말고도 모든 관객들이 훌쩍거리고 있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해서 각색한 영화이다. 감독님 인터뷰를 빌리자면 실제 사건은 SBS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도 다뤘고 나 역시도 고등학교 3학년 때였을거다, 자유 스피치 할 때 준비했던 '평택 아동 살해 암매장 사건'을 포함한 총 6개의 아동 학대 사건을 합쳤다고 한다. 후기 포스팅을 쓰기 위해서 방금 검색을 했는데 이런 아동학대 사건들은 피해 아동 이름이 붙고 있다. '평택 아동 암매장 살해 사건'의 용의자, 친부와 계모는 각각 징역 17년, 27년을 받았지만 원래 뭘 하는 사람인지, 이름은 뭔지 알 수가 없다. 영화 중반부에 친부랑 계모에 의해 다른 남자아이가 산에 암매장 된 사건을 잠깐 보여주는데 그때 친모가 울면서 아기 이름을 부르짖는다. 양육권을 포기해 남편에게 보낸 아이가 싸늘한 시체로 돌아온다면 친모는 또 얼마나 평생을 죄책감을 가지고 살까. 먹먹했다.

 영화는 오히려 학대 장면을 축소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영화 속에서 학대받는 아이, 김시아(김지은 역)는 내내 화장실에서만 지내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큰 화장실도 아니었다. 1평도 채 안 되는 공간에서 어른들도 장갑 끼고 모자 쓰는 추운 날씨에 내복 하나만 입은 채 방치됐다. 영화를 보며 더 안타까웠던 건 그래도 김시아가 어린 9살 캐릭터다 보니까 친부와 계모에게 학대받는 와중에도 한지민과 놀이공원 갔을 때나 세차장에서 거품 내어 일하는 걸 보며 해맑게 웃는 장면이었다. 어린 아이긴 아이구나. 저렇게 티 없이 맑은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건가 싶고. 마지막에는 학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이희준(장섭 역) 분의 가족 집에서 지내게 되니까 보통의 다른 친구들처럼 웃고 뛰어다니는 걸 보며 한 번 더 통곡을 했다.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태어나 보니 결정된 게 부모인데 그 선택지가 잘못되어 다른 또래들이랑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게 잔인했다. 

 특히 요즘은 아동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린아이들의 습성은 원래 그렇다.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고 천방지축인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그걸 가만히 둬서는 안 되지. 만약 아이가 식당에서 뛰어다닌다면 그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똑바로 교육을 못하고 있는 부모 잘못이다. 우리도 어릴 때가 있었지 않나. 세상에 어떤 사람이 어릴 때부터 점잖게 다녔는가. 너무 크게 생각하는 건가 싶다가도 아이에 대한 혐오가 완연해지는 사회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 글에 담고 싶었다.

 감독님은 우연히 아동학대 사건 뉴스를 보고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하는데 그만큼 세상에 이런 일을 겪는 아이들이 많겠지 싶었다. 우리 주변에도 있을 수 있다. 영화에서 또 화가 났던 부분은 시아가 용기 내서 파출소에 갔지만 어른들 중 아무도 아이에게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주변 이웃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한겨울에 내복 같은 원피스만 입고 온몸이 멍투성이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중 한 명이 내가 될까 봐, 그게 가장 무서웠다. 요즘 세상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 가지지 말고 오지랖 부리지 말자는 추세니까 나도 조심하게 되는데 결국 그 자그마한 행동에 이런 아이들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될까 봐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미쓰백 캐릭터를 평균보다 못 미치게 설정한 건 아동 학대를 겪은 아이들을 도와주는 역할이 꼭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인 것 같다. 물론 영화 내에서 미쓰백도 그런 일을 겪어서 더 공감이 가고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영화 속 "난 배운 것도 없어서 너한테 아무것도 못 가르쳐주고, 가진 것도 없어서 줄 것도 없어. 하지만 옆에 있어줄게. 지켜줄게."라는 대사가 꼭 나한텐 그렇게 들렸다. '내가 끼어들어도 될까, 나 뭐 잘난 것도 없는데.' 이런 생각으로 멈칫거리지 말자고. 아이들은 그런 순간에도 우리한테 손짓하고 있을 거라고. 아이들은 많은 것들을 바라고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옆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한 거라고.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지만 꼭 봐야 하는 영화, 미쓰백. 세상 어디엔가 존재할 아이들을 위해 이 영화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