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사라지고 모두가 나를 의심한다'

김의석 감독 - '죄 많은 소녀' 리뷰

2020-03-19     유수미 인턴기자

[스타인뉴스 유수미 인턴기자] 경민이가 죽었다. 이후, 아이들은 취조의 대상이 되고 영희는 경민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의심을 받는다. 취조 시, 형사는 점점 영희를 진범으로 몰아가고 영희의 눈엔 닭똥 같은 눈물방울이 맺히며 뚝뚝 떨어진다. 물증이 없는 데도 오직 심증만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또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며 다 같이 영희를 가해자로 둔갑시킨다. 한순간 공공의 적으로 몰락한 영희. 무언가 타깃이 정해지면 모두가 합류해 쏘아붙이는 마녀사냥이 떠오르기도 했다. 현시대 사회상을 잘 반영하였으며 가해자로 둔갑된 영희가 오히려 2차 피해자가 된 아이러니가 돋보였다. 왠지 구부정한 저자세가 보이지 않는 압박감과 무게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처량했다. 

집단에 의해 한 사람의 사생활이 침범당해 짓밟히는 장면이다. 자연스레 영화 ‘소셜포비아’, ‘잉투기’의 영화가 떠올랐다. 당하는 영희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지만, 주거침입을 하는 반 친구들은 마냥 재미있을 뿐이다. 정령 그들이 ‘경민이의 복수를 위해서 영희를 찾아간 것일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앞서 말했듯, “재밌어서.” 현피, 뒷담화도 이와 마찬가지다. 한번 입방아에 오르내리면 그 썰은 계속 돌기 마련이고, 가십거리가 된 사람은 한순간에 외톨이가 되어버린다. 신체적인 가해는 없지만 분위기, 사람들의 말들이 한 사람에겐 하나하나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결국, 영희도 그랬듯 의심과 소문이 만들어낸 결과는 한사람의 자살이다. 영희는 극적으로 살아났지만, ‘정말 영희가 죽었다면 과연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새까맣게 촬영된 경민모와 다채롭고 밝게 찍힌 학교 아이들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장면이다. 경민모의 뒷모습에선 답답한 심정이 대변되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흩어져 시시콜콜 떠들어대기 바쁘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버린 적이 없어서 경민모의 감정을 다 알 수 있다고는 절대 얘기할 수 없지만, 그녀의 슬픔과 허망함이 잘 두드러지는 장면이기에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 장면은 마치 고 3시절의 한순간을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모두 놀고 떠들기 바쁜데 나 홀로 복도를 거닐며 면접지를 달달 외우던 그 시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좋아하는 급식이 나와도 밥을 잘 먹지 못했다. 왠지 그 쓸쓸함과 힘듦이 공존하는 경민모의 뒷모습이 나의 모습과 겹쳐져 보였다.

영희는 풍선에 테이프를 붙이고 링거 바늘을 꽂는다. 풍선은 터지지 않는다. 마치 터질 것 같은데, 결코 터지지 않는 아슬아슬함이 영희와도 닮았다. 어렸을 때 나도 풍선에 테이프를 붙이고 날카로운 바늘을 꽂아보는 놀이를 해본 적이 있다. 물이 반쯤 든 물 컵에 종이를 대고 뒤집어보는 놀이 또한 해보았다. 풍선은 터질 것 같아도 결코 터지지 않고, 물은 쏟아질 것 같아도 마치 쏟아지지 않는다. 난 지금 이만큼 감정이 차올랐는데 분통을 터뜨리지 못하는 것처럼. 터뜨리고 싶어도 터뜨릴 수 없는 그런 감정이 잘 은유된 장면이어서 기억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