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울 협업으로 세워진 24미터 빛과 기억의 건축… 팀서화, 건축가·사운드 아티스트와 만든 ‘파빌리온 오솔’ 세운광장에 공개

2025-10-23     이복인 기자
‘파빌리온

큐레이토리얼 프로덕션 팀서화가 주최·주관한 국제 협업 예술 프로젝트 ‘파빌리온 오솔(Pavilion OSOL)’이 11월 9일까지 서울 세운광장(세운상가-종묘 축선 위)에 공개된다.

지난 10월 10일 설치된 이번 프로젝트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 박태원(ARUP 시니어 건축가)과 사운드 아티스트 윌 볼튼(Wil Bolton)이 협업한 건축과 사운드 아트 융합형 공공 프로젝트로, 팀서화가 글로벌 엔지니어링 그룹 ARUP에서 활동 중인 건축가와 엔지니어를 연결해 기획·총괄한 작품이다.

길이 24미터, 최대 높이 6미터의 건축물 ‘파빌리온 오솔’의 설치 장소는 세운광장이다. 세운광장은 1968년 준공돼 대한민국 현대사의 기억을 간직한 세운상가와 조선왕조 500년의 기억을 품은 종묘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서로 공존하면서도 단절된 서울의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잇기 위해 건축물은 긴 통로 형태를 띠고 있다.

아름다운 수직 경량목 살로 이뤄진 건축물의 내부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과 공기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반대편 파사드는 반원, 삼각형, 사각형 형태의 포켓 스페이스를 품어 내부 형태에 따라 변하는 빛의 기하학적 순간을 포착한다.

박태원은 글로벌 엔지니어링 그룹 ARUP 런던 본사 소속 시니어 건축가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대형 스포츠 복합시설 ‘뉴 무라바 스타디움(New Murabba Stadium)’ 내부 설계를 총괄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도시의 감정과 빛의 물성을 구조적으로 직조하는 작업을 통해 세운-종묘 축선의 상징성을 건축적으로 풀어냈다.

윌 볼튼(Wil Bolton)은 영국 출신의 사운드 아티스트이자 작곡가로, 그의 작품은 리버풀 비엔날레, ICA(London), Tate 리버풀 등 국제 무대에서 소개됐으며, 인천아트플랫폼과 가파도 AiR(한국), EMS(스웨덴) 등 세계 각국의 레지던시에 참여해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세운상가와 종묘에서의 현장음을 직접 채집해 새소리, 기계음, 신디사이저의 저음이 교차하는 8채널 공간 사운드 설치작품 ‘Courtyards and Arcades’로 재구성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팀서화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의 ‘시각예술 창작주체(공간)’ 지원사업에 선정돼 후원을 받아 진행됐다. 건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건축 구조 자문은 앵거스 타이디(ARUP 구조 엔지니어), 시공 감독은 German Design Award 2020 수상자 김태균이 맡아 진행했다.

기획·제작을 맡은 팀서화는 도시의 시간과 감정이 교차하는 축 위에서 예술과 건축이 서로의 언어로 대화하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세운상가와 종묘 사이, 그 상징적인 위치 덕분에 오픈 이전부터 이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파빌리온 오솔’은 도시의 기억을 건축과 사운드로 매개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공 예술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