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인뉴스 양경모 기자]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스포츠계 폭력 피해자의 아픔은 가시질 않았다. 과거 프로배구 KB손해보험 이상렬 감독으로 폭행을 당했던 박철우 선수는 “(그분이) 지나가면서 악수를 청할 때가 있었는데 그 순간도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박철우는 지난 2009년 이 감독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을 정도로 심하게 다친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이 감독은 무기한 자격정지를 당했지만 이후 배구연맹 경기감독관, 경기대학교 배구부 감독으로 복귀, 현재는 KB손해보험 감독직에 있다.\
18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경기를 마친 박철우는 “일대일로 만나서 사과를 받은 적은 전혀 없다”면서도 “사과받고 싶어서 폭로를 한 게 아니고 사과 안 하셔도 된다”라고 전했다.
박철우는 10년이 지났지만 이 감독이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감독이 폭행사건 이후인 경기대학교 배구부 감독 시절에도 선수에게 ‘박철우 때문에 넌 안 맞는 줄 알아’란 말을 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가셔서 좋은 감독이 되셨다면 이런 감정이 남아 있었을까”라며 “그분이 변하셨고 날 만나 사과하셨다면 내가 이런 감정이 남아 있었을까”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이 감독에 대해 “이미 고등학교 감독 시절부터 유명하신 분이었다. 0-2로 지고 있으면 얼굴 붉게 돼서 나온 애들이 허다했다. 몇몇은 기절하기도 했고, 고막이 나가기도 했다. 내 친구들이고 동기들이었다”며 “근데 그게 한번의 실수 또는 한 번의 감정에 의해서 한 번이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인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배구계 폭력사태에 대한 이 감독의 인터뷰에 대해 그는 “우리 어릴 때는 운동선수가 맞는 것이 당연했다. 부모님 앞에서 맞은 적도 많다. 지금 배구 선수 중 안 맞은 선수는 없을 것이다. 사랑의 매도 있지만 정도라는 게 있다”면서 “인터뷰에서 내가 한번 해봤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 감독은 지난 17일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지금 당장 누가 나를 욕하지 않더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조심해야 한다. 인생이 남이 모른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다. 철저히 조심해야 한다”며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금전적이든 명예든 뭔가는 빼앗아가지 좋게 넘어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래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한다. 조금 더 배구계 선배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의 이런 인터뷰 이후 박철우는 SNS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박철우는 폭로 배경에 대해 “프로배구가 이런 내용으로 나오는 게 너무 싫다”면서도 “하지만 이때 뿌리가 뽑혀야 한다. 이건 아닌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나한테 안 좋은 이미지가 될 수도 있고, 이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정면돌파가 맞는 것 같고 용기 내서 말하고 싶었다”며 “이 일을 알고 있고 숨지 않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왔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