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브 컴백, D-1. 오늘은 아이브의 세계관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대중 혹은 아이돌 팬덤에게 그들만의 세계관을 각인시키는 아이돌은 많지 않다. 세계관이라는 존재에 눈뜨게 만든 엑소도, 그들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으로 인해 인기가 많아졌다고 말하는 BTS도 세계관의 주제, 내용이 무엇이냐 물으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단 두 개의 앨범만으로 대중에게 자신들의 세계관을 각인시킨 아이돌이 있다. 바로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브이다. 아이브는 안유진, 장원영, 가을, 레이, 이서, 리즈가 멤버로 있는 그룹으로 ‘ELEVEN’과 ‘LOVE DIVE, 두 장의 앨범 그것도 싱글 앨범으로 ‘아이브’라는 이름을 각인시킨다. 또한, 그들의 독자적인 세계관이자 그리스 신화의 ‘나르시시즘’을 강하게 인식시킨다.
그렇다면 앞에서 계속해서 언급되는 ‘나르시시즘’은 과연 무엇일까? 나르시시즘은 자신의 외모, 능력과 같은 어떠한 이유를 들어 지나치게 자기 자신이 뛰어나다고 믿거나 아니면 사랑하는 자기 중심성 성격 또는 행동을 말한다. 나르시시즘이라는 용어는 그리스 청년 ‘나르키소스’에 대한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되었는데, 나르키소스는 자신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요정 ‘에코’의 고백을 거절하고 에코는 크게 상심해 목소리만 남는다. 에코의 복수를 위해, 요정들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를 찾아가 기도한다. 나르키소스가 사랑에 빠진다면 평생 그것을 갖지 못하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 부탁을 들은 네메시스는 에로스(큐피드)와 작당을 하여 나르키소스를 화살로 쏴 물에 비친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결국 그는 물에 비친 자신을 향해 몸을 던지고 죽음을 맞이한다. 그가 있던 자리에는 수선화 한 송이가 핀다. 수선화의 꽃말이 ‘자기 사랑, 자존심’인 이유다.

1. 데뷔 앨범, ELEVEN

먼저 데뷔 앨범, ELEVEN을 가사와 함께 들으면 오묘한 기분이 든다. ‘투명한 너와 나의 사이. 가만히 들여다보다 일렁인 물결 속으로 더 빠져드는걸. 그날 향기로운 보랏빛의 mood. 셀 수 없이 반복해도 기분 좋은 꿈. 감히 누가 이렇게 날 설레게 할 줄. 난 몰랐어, 내 맘이 이리 다채로운지.’ 투명한 물에 비친 너(나)를 본 나(너)의 사이에는 오묘한 기운이 맴돌고, 아이브는 자기 자신에게 반해 설렘을 느낀다. 즉 나르키소스가 물에 비친 자신에게 반하는 장면을 그대로 표현한다. ‘내 앞에 있는 너를. 그 눈에 비친 나를. 가만히 바라봐.’ 이후 물 속의 자신과 사랑에 빠진 아이브는 계속해서 물에 비친 자신을 들여다본다.
그렇다면 왜 제목은 ELEVEN일까. 질서를 따르지 않는 숫자 11, 축구단이 11명이듯 너와 나(아이브)가 함께라면 우리는 모임이 된다 등 다양한 해석이 있다. 특히 11이라는 숫자는 거울에 비친 듯한 형태로 물에 비친 나르키소스를 연상시킨다. ‘one, two, three, four, five, six, seven. You make me feel like eleven’ 뜬금없게 11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무에서도 세계관은 이어진다. 멤버 레이

를 필두로 멤버들은 화면을 향해 화살을 쏜다. 큐피트가 나르키소스를 향해 사랑의 화살을 쏘듯 아이브는 누군가를 향해 화살을 날린다. 그것이 아이브의 멤버일 수도 화면을 보는 대중일 수도 있다. 내일 22일 나올 앨범 ‘After LIKE’의 MV 티저의 안무 또한 눈에 띈다. ELEVEN에서 쏜 큐피트의 화살이 아이브에게 맞는 듯한 안무는 세계관과 연결됐다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2. 아이브에게 DIVE, LOVE DIVE

‘마음은 이렇게 알다가도 모르지. 사랑이란 건 한순간에 필 테니’ 앞에서도 말했듯 나르키소스가 죽은 자리에는 수선화가 피니 여기서 핀다는 것은 여기서 핀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빠져 죽음에 이르는 것을 말할 수 있다. ‘Yeah, it’s so bad, it’s good. 원하면 감히 뛰어들어’ 아이브는 원하면 두려워하지 말고 뛰어들라고 말한다. 아이브의 구호인 ‘DIVE INTO IVE’가 떠오르기도 한다.
LOVE DIVE의 안무는 그야말로 세계관의 끝을 보여준다. ‘Narcissitic, my god, I love it. 서로를 비춘 밤. 아름다운 까만 눈빛 더 빠져 깊이. 숨 참고 love dive’라는 가사의 안무는 장원영과 이서를 필두로 아름다운 자신을 거울로 보며 빠져있는 모습을 표현한다. 이후 누군가 그러한 원영을 방해라도 한 듯 원영은 정색하며 방해한 대상을 쳐다본다. 나르시시즘에 빠져 주변의 만류에도 자기 자신에게 허우적거리는 나르키소스를 연상시킨다.

LOVE DIVE는 그 자체로 love dive일 수 있지만, 동시에 loved ive 즉 스스로에게 사랑받는 아이브를 의미한다. 레이가 쏜 큐피트의 화살에 맞은 화면밖의 대중이 아이브를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앨범 커버에서도 loved와 ive는 각기 다른 색으로 표현된다.
표면적으로 보기에 ELEVEN과 LOVE DIVE 모두 K-POP 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랑에 빠진 소녀를 노래한 앨범일 수 있다. 하지만, 가사나 MV, 심지어 안무까지 아이브는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빠진 화자의 심리를 노래한다. 화려하고 강한 노래가 많은 4세대 아이돌 시장에서 아이브의 이러한 시도는 색다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아이브의 세계관은 매우 성공적이다. 어렵고 복잡한 아이돌 세계관 시장에서 아이브의 나르시시즘은 조금은 심오하지만, 이해하면 즐거운 중간 지점을 찾아 선보인다. 또한, 아이돌의 수요자인 10~20대 여성 즉, Z세대의 시장이 주체적, 적극성과 당당함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브의 세계관에 대중이 dive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내일 발매될 ‘After LIKE’에서 아이브는 과연 어떠한 세계관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