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그래미·멜론까지… 대중음악은 여성시대
빌보드·그래미·멜론까지… 대중음악은 여성시대
  • 김민지 인턴기자
  • 승인 2022.11.10 0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여성 뮤지션과 걸그룹이 국내외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랑에 대해 노래했다면, 최근 여성 뮤지션들은 연애 고민이나 사랑 이야기 대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거나 자전적 이야기를 앞세우고 상투적인 청순함과 거리가 먼 노래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64년 빌보드 역사 뒤집은 테일러 스위프트

지난 31일(현지 시각) 미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5일 자) ‘핫100′의 1~10위를 자신의 10집 ‘미드나이츠’ 수록곡들로 차트 줄세우기에 성공했다. 가수 한 명의 노래가 톱10을 독차지한 건 이 차트 64년 역사상 처음이다. 빌보드지는 “스위프트가 2021년 힙합 가수 드레이크, 1964년 비틀스가 각각 톱5를 자신들의 곡으로만 채웠던 기록을 깼다”고 전했다.

총 13곡이 담긴 미드나이츠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심적인 아픔과 고뇌로 잠 못 이룬 순간들을 기억하며 만들었다”고 밝혔다. 타이틀곡이자 이번 핫100 1위곡인 ‘안티 히어로(Anti-Hero)’는 ‘나야, 안녕, 내가 문제야(It’s me, hi, I’m the problem)’ ‘내 은밀한 나르시시즘(My covert narccism)’ ‘난 언덕 위 괴물(I’m a monster on the hill)’ 등 스스로의 내면을 고뇌한 가사들이 반복된다. 이런 가사에 “사실은 우리의 이야기”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앨범은 22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하루 동안 최다 스트리밍된 앨범’ 기록을 세웠다.

편견을 부수는 뮤지션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인 멜론 역시 여성 뮤지션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3일 기준 톱100 차트 상위 10위권 중 남성 가수는 지코(4위), 크러쉬(7위), 테이(10위) 세 명뿐이다. 나머지는 (여자)아이들(1위), 윤하(2위), 르세라핌(3위), 아이브(5위), 뉴진스(6·8위), 블랙핑크(9위) 등 전부 여성 가수와 그룹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국내에 통용되던 편견을 부수며 더 큰 파급력을 보였다. 1위 곡인 (여자)아이들의 ‘누드(Nxde)’는 백치미, 섹스 심벌로만 금발의 메릴린 먼로를 소비했던 과거의 사회적 시선을 신랄하게 비틀었다.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 ‘하바네라’를 샘플링한 멜로디 위로 “아름다운 나의 누드/I’m born nude/변태는 너야 Rude” 등의 가사를 외친다. ‘섹시하되 외설적이어선 안 된다’는 걸그룹에 대한 비뚤어진 고정관념을 부쉈다.

2위곡인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은 ‘올해의 역주행곡’이다. 지난 3월 발매됐을 땐 주목을 못 받았고, 지난달 4일 98위로 톱100에 처음 진입한 이후 26일 7위, 31일 3위로 껑충껑충 순위가 뛰어올랐다. 요즘 인기 걸그룹 댄스곡 대부분은 3분 내외 짧은 호흡에 직관적인 가사를 고르는 반면, 사건의 지평선은 서정적인 록밴드 연주 편곡에 5분 길이로 “걸크러쉬, 짧은 곡의 길이라는 유행 공식을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사도 천문학의 상대성 이론에 쓰이는 ‘사건의 지평선(관찰자와 상호작용할 수 없는 시공간 경계면)’이란 독특한 개념으로 사랑 노래를 풀어냈다.

국내외 시상식도 여성 뮤지션 강세

일각에선 국내외 연말·연초 시상식도 여인 천하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상인 그래미 어워즈 수상자 예측 사이트인 골드더비에선 벌써부터 아델,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가 내년 4월 시상식의 유력 수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오는 29일~30일 CJ ENM이 주최하는 K팝 연말 시상식 ‘2022 MAMA(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도 올 한 해 음원 성적이 뛰어났던 걸그룹들의 강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