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연극 '일리아드'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연극 '일리아드'
  • 고유진 인턴기자
  • 승인 2021.08.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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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일리아드' 포스터
연극 '일리아드' 포스터

 

[스타인뉴스 고유진 인턴기자] 연극 '일리아드'는 올해 한국에서 초연이 올라온 라이선스 연극으로, 동명의 작품인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서양 최초의 문학작품이자 그리스 최대의 민족 대서사시로 잘 알려져있다. 이 작품은 10년 간에 걸친 트로이 전쟁 중 마지막 해에 일어난 일들을 담고 있다. '아킬레스'와 '헥토르'의 관계가 내용 전개의 주축이지만, 외에도 여러 신들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 명의 배우가 극을 이끌어가는 1인극이며, 배우가 맡은 역할인 나레이터와 짝지어진 뮤즈가 존재한다. 뮤즈는 악기를 다루는 역할로, 극의 효과음 및 연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리아드에는 황석정, 최재웅, 김종구 배우가 캐스팅 되었으며, 각 배우당 기타를 다루는 김마스타, 퍼커션을 다루는 장재효, 하프를 다루는 이기화 음악가와 뮤즈로 페어가 고정되어있다. 독특하게 공연 시작 전 배우가 등장해 각자의 노선에 맞는 연기를 보여주며, 커튼콜이 끝난 이후에도 퇴장하지 않고 무대에 남아있는다. 극 전후의 상황은 줄거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보지 않아도 무방하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전쟁의 내용을 노래해야 하는 운명에 묶인 나레이터가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끝없이 노래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객석에 앉아 함께 마음이 무거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트로이 전쟁이라는 고대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지만, 극은 오늘날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 및 분쟁을 함께 언급한다. 전쟁으로 인해 사라진 수많은 인명들을 이야기하고, 무대 뒤쪽 신전 아래로 쌓인 투구들을 통해 전쟁의 잔혹함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김달중 연출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 극을 보는 내내 힘드시겠지만, 공연장을 나선 뒤에 여러분들이 더 힘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쟁의 무거움, 잔혹함, 그리고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바로 보는 것이 결국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가 극장을 나선 이후에도 계속해서 전쟁의 시간을 이야기할 나레이터를 생각하며, 우리의 눈앞에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전쟁의 순간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연극 '일리아드'는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9월 5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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