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성북구립미술관 기획전시 서세옥 5주기 추모전 ‘시인詩,人 산정’ 개최
2025 성북구립미술관 기획전시 서세옥 5주기 추모전 ‘시인詩,人 산정’ 개최
  • 김대영 기자
  • 승인 2025.10.2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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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립미술관 ‘시인詩,人 산정 포스터’
성북구립미술관 ‘시인詩,人 산정 포스터’

성북문화재단(대표 서노원) 성북구립미술관에서 2025년 하반기 서세옥 5주기 추모전으로 ‘시인詩,人 산정’을 개최한다.

이번 추모전은 전통적인 문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현대 한국화의 지평을 넓힌 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서세옥을 ‘문인(文人)’으로 소환해 삶과 철학을 보다 깊이 조망한다. 산정의 시문은 그동안 한국 화단에도 많이 알려진 바 없었으나, 이번 전시를 통해 평생 사람과 자연이라는 주제에 천착해 온 산정의 예술세계를 시와 연관지어 보다 풍성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직접 쓴 한시들과 그림에 담긴 화론을 비교 감상함으로써 산정의 깊은 화도(畫道)를 체감케 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29년생인 서세옥은 한문학에 깊은 조예가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이 4세 때부터 가학(家學)으로 학문을 익혔으며, 동양 사상과 시문에 해박하고 시(詩), 서(書), 화(畵), 인(印)에 두루 능해 진정한 문인화 정신을 계승했다고 할 수 있다. 산정은 지금껏 지은 시들을 공들여 모으지 않았다가 비로소 노년에 들어서야 한데 모아 책으로 출간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무송재시고(撫松齋詩稿)’(2018)다. 이는 실로 꽤 오랜 시간 공들인 작업의 결과물이었다. 산정이 지은 시들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한 소회를 비롯해 자연과 경물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들, 옛 추억에 대한 회고가 두루 담겨 있다. 더불어 ‘화인(畫人)’으로서의 자의식을 염두에 두면서 우주의 이치와 생의 의미를 간구(懇求)하는 내용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

문여기인(文如其人), 글은 그 사람과 같다고 한다. 글 속에는 저자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사상이 드러난다. 문학에서 말하는 기상론(氣象論)이란 바로 그가 만든 예술작품 속에 풍격을 비롯해 사유와 기운이 응축돼 형상으로 나타남을 일컫는다. 산정의 시를 통해 우리는 화가인 그를 더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직접 쓴 한시 속에서 그는 추구했던 가치, 애완했던 기물과 전각, 음악과 같은 취미를 언급하며 마치 고전 속 문인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산정은 “문기(文氣)는 저 광대 무한한 우주와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에너지”라며 문인화 전통이 지닌 정신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가 추구했던 예술관은 무극(無極)의 세계로, 초월과 무한, 순환의 에너지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도(道)’의 에너지를 이르는 것이다. 생(生)은 그런 세계 안에 내재해 있다. 그리고 서세옥의 그림에 있어서 그것은 간결하고 응축된 형상으로 묘사된다. 추상은 간결함이 핵심이다. 시어와 문학적 함축성에 익숙하며 추상성이 가미된 글자인 ‘한자’를 체화한 산정에게 있어서 추상은 이미 익숙한 개념이었을 것이다. 운필과 먹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그림이 안고 있다 한다면, 그의 시는 사고의 폭을 확장하고 그림에의 풍부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시가 품고 있는 미발화의 공간 역시 회화적 여백과 맥락을 같이 한다.

울창한 소나무들과 대숲 사이, 성곽에 기댄 가옥에서 세월을 마주하며 시를 읊조리던 산정은 시구 속 전통적인 문인의 심상과 사유를 실제 삶을 통해 실천적 태도로 구현하고자 했던 지식인이었다. 이번 전시를 서세옥의 한시와 철학적 사유에 보다 심도 있게 접근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시인 산정의 글은 오늘의 언어로 다시 태어나고 그의 화도 역시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오게 될 것이다. 그의 시가 그림과 같이 여전한 생명력과 여운으로 우리 곁에 남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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