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뉴스 이상백 기자] 수십 가지 돌연변이가 반영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종이 발견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파이크 단백질'에 유전자 변이 32개를 보유한 코로나19 변이종 'B.1.1.529'에 과학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확인된 B.1.1.529 변이는 총 10여 건이다.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숙주 세포로 침투하기 때문에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전파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또 인체의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를 공격하기도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스파이크 단백질에 작용하는 방식이다.
해당 변이종의 최초 발견은 지난달 11일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였다. 이후 보츠와나에서 2건이 확인됐다. 이후 6건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건은 홍콩에서 발견됐다.
홍콩의 사례는 36살 남성으로, 남아공을 20일간 방문하고 돌아온 지 이틀 만에 격리 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 남아공 보건부는 25일 새 변이 발생을 공식 확인하고 전염력이 높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바이러스학자인 톰 피콕 박사는 B.1.1.529 변이종의 바이러스 정보를 유전체 정보 공유 사이트에 공유하면서 "매우 많은 양의 스파이크 돌연변이가 크게 우려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아주, 아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며 "전파력이 그다지 크지 않은 이상한 종으로 드러날 수 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보건부 산하 국립전염병연구소(NICD)는 이날 성명에서 민간 연구소와 게놈 시퀀싱(DNA 염기서열 분석)을 한 결과, 22건의 B.1.1.529가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다른 전국 네트워크 연구소들의 게놈 분석 결과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NICD의 임상 미생물학자인 앤 폰 고트버그 호흡기 질환 담당은 전국적으로 100건에 가까운 새 변이 사례가 검출됐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프랑수아 발루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유전학 연구소 교수는 한 변이종 내에 대량의 돌연변이가 발견된 것은 '한 차례의 폭발적 변이'의 영향일 것으로 예측했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등으로 면역 체계가 약화한 만성 질환자의 몸 안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루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중화 항체들이 알파·델타 변이보다 이 변이종을 인식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단계에서는 전파력을 예측하기 어렵다. 시간이 중요한 만큼 면밀히 관찰·분석해야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급격히 확산하는 것이 아니라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파흘라 남아공 보건부 장관은 25일 언론 브리핑에서 새 변이가 "심각한 우려" 대상이라면서 최근 기하급수적 확진자 증가의 배경으로 변이를 지목했다. 이달 초만 해도 남아공 일일 확진자는 100명대였으나 24일 1,200명대로 치솟았다.
수도권 하우텡주를 중심으로 노스웨스트, 림포포주 등에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남아공은 지난해 자국발 베타 변이가 주도한 2차 감염파동에 시달리고 올해는 인도발 델타 변이로 인한 3차 감염 파동을 겪은 바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수일에서 수주가 새 변이 급속 확산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남아공은 당초 연말 휴가 및 여행 시즌이 시작되는 12월 중순께 4차 감염파동이 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코로나19 타격이 심한 남아공의 누적 확진자는 295만 명이고 사망자는 9만 명에 육박한다. 남아공에서 완전 접종을 한 성인은 35%이고 1차 이상 접종자는 4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