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3분→2분'…갈수록 짧아지는 K팝
'4분→3분→2분'…갈수록 짧아지는 K팝
  • 김민지 인턴기자
  • 승인 2022.09.21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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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의 러닝타임 줄며 전주 사라져…"숏폼콘텐츠·음악방송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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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듣는 대중음악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노래의 길이가 약 4분 내외라는 것이다. 음악의 길이가 이렇게 정해진 데는 ‘레코드판’의 발명이 큰 영향을 미쳤다.

레코드판은 1887년, 독일 출신의 미국 발명가 에밀 베를리너가 처음 만들었다. 초기의 레코드판을 ‘SP’라고 불렀는데, 단점이 많았다. 충격에 약해서 깨지기 쉬운 데다, 한 면에 4분 정도의 노래만 녹음할 수 있었다.

(여자)아이들의 '톰보이'(TOMBOY),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LOVE DIVE), 싸이의 '댓댓'(That That) 등 올해 K팝 최고 히트곡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노래는 길이가 3분을 넘지 않는 2분대의 짧은 곡이다. 지난 수년간 K팝의 근간을 이루는 댄스곡의 길이가 눈에 띄게 점점 짧아지고 있다.

명실상부 올해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여자)아이들의 '톰보이',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싸이의 '댓댓', 태연의 'INVU' 등 곡의 길이를 살펴보면, '톰

보이' 2분 54초를 비롯해 '러브 다이브' 2분 57초, '댓댓' 2분 54초로 모두 2분대에 머물렀다. 이 가운데 'INVU'만 3분 24초로 유일하게 3분을 넘겼다.

5년 전인 2017년 히트했던 댄스곡을 보면 트와이스의 '낙낙'(Knock Knock) 3분 15초, 위너의 '리얼리 리얼리'(REALLY REALLY) 3분 23초로 모두 3분대 초·중반이었다.

시간을 더욱 거슬러 올라가 10년 전인 2012년을 살펴보면 싸이 '강남스타일' 3분 42초, 씨스타 '나혼자'·'러빙유'(Loving U) 각각 3분 26초와 ·3분 38초, 빅뱅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3분 52초 등으로 지금보다 1분 가까이 길다.

결국 지난 10년간 히트곡의 노래 길이가 4분에 육박하던 것에서 2분대 후반으로 25% 이상 줄어든 것이다.

2009년 데뷔한 걸그룹 포미닛의 팀명이 '4분 안에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의미였던 것을 돌이켜보면 지난 10여 년간 분위기가 변했다.

‘1세대 아이돌’ 그룹 H.O.T. 출신 가수 강타는 최근 신보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H.O.T.가 데뷔한) 16년 전과 비교하면 곡들이 엄청 짧아졌다"며 "짧은 파트 안에서도 곡이 지루해지지 않게 여러 가지 표현을 해야 한다. 곡의 기승전결도 중요하지만 짧은 시간에 임팩트를 보여드릴 수 있는 지가 중요해진 점이 달라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2010년대 초반 4분 안팎의 노래 길이도 1990년대에 비하면 다소 줄어든 것이기는 하다.

2000년대 후반 유료 음원 사이트 이용이 정착되면서 무료 미리듣기 1분 안에 주요 멜로디와 후렴까지 넣어야 청자의 관심을 흡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몇 년간 노래 길이가 더욱 짧아진 것을 두고 신곡 홍보에 필수 코스로 떠오른 틱톡·유튜브 쇼츠 등 숏폼 콘텐츠의 부상을 꼽을 수 있다. 노래를 각인시키는 시간이 기존 미리듣기 1분에서 틱톡 수십초로 줄어든 것이다.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는 아이돌 음악의 주 소비층인 10~20대에게 매우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수단이기에 이 매체를 적극 이용하는 젊은 층은 조금만 노래가 길어도 지루하다는 반응을 보이기에 마케팅 측면에서도 곡의 길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노래 길이가 짧아지면서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은 바로 전주다. 긴 전주는 근래 찾아보기 어렵고 2~4마디로 주된 비트만 소개하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올 하반기 최고 히트곡으로 꼽히는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는 노래 시작 후 불과 3초 만에 '또 모르지 내 마음이 저 날씨처럼 바뀔지'하고 가사가 시작된다.

또한 일각에서는 K팝의 격한 안무를 소화하려면 시간이 짧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하나의 의견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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