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자. 아이돌과 클래식의 만남
톺아보자. 아이돌과 클래식의 만남
  • 김시언 인턴기자
  • 승인 2022.11.01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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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적으로 클래식 음악회에 방문해 감상문을 작성했어야 했던 경험이 있기에 필자는 클래식을 떠올리면 ‘지루함’, ‘잠’이라는 단어가 함께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아이돌과 클래식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되는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최근 클래식을 샘플링한 아이돌 노래들이 계속해서 나오며 아이돌 시장에서 클래식을 샘플링하는 시도는 계속되는 중이다. 이번 글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샘플링한 아이돌 노래를 톺아보려 한다.

1. 클래식 샘플링의 시작 – Red Velvet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

피아노를 배운 사람이라면 한 번쯤 연주해 본 곡이 아닐까 싶다. 바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이다. 차분하게 음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이 특징인 ‘G선상의 아리아’는 레드벨벳 특유의 고급스러운 음악색과 만나 경쾌하면서 절제된 축제의 분위기를 그리는 곡으로 재탄생한다.

레드벨벳은 단순히 ‘G선상의 아리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엄숙한 느낌에서 벗어나 아련한 감정 사이에서 비치는 희망을 노래한다. 이것이 레드벨벳의 클래식 샘플링이 과거의 샘플링과는 다른 지점이다. 재해색 됐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던 과거의 클래식 샘플링 곡들과는 다르게 ‘Feel My Rhythm’은 바흐의 아름다운 선율과 서정은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새롭게 자신들만의 색을 입힌 것이다. ‘Feel My Rhythm’의 영향인지 레드벨벳 이후로 발매된 클래식 샘플링 곡들은 저마다의 색과 메시지를 묻혀 나오기 시작한다.

2. 그룹 자체를 보여주는 샘플링 - BLACKPINK의 ‘Shut Down’

스케일이 웅장하고 테크닉이 화려하기로 유명한 니콜라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와 블랙핑크의 만남이라. 연주하기 까다롭기로 소문난 ‘라 캄파넬라’를 아이돌 노래에 접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러한 말은 ‘Shut Down’이 발매된 직후 바로 들어간다. 블랙핑크가 가진 화려하고 강한 색은 ‘라 캄파넬라’의 날카롭고 강렬한 선율과 만나 더욱 부각된다.

노래 시작부터 끝까지 바탕으로 깔린 ‘라 캄파넬라’는 블랙핑크가 ‘Shut Down’을 통해 전하려 한 ‘태생부터 다른 잘난 그룹’과 완벽하게 부합한다. 강렬하지만 어쩐지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라 캄파넬라’가 애초에 떠난 적이 없으니 컴백 또한 아니라고 외치는 블랙핑크의 자신감을 표현하는 곡으로 탄생하니 블랙핑크의 음악적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진다.

3. 메세지와 완벽하게 부합하는 샘플링 – (여자)아이들의 ‘Nxde’

‘Nxde’는 대중이 가진 편협한 시선에서 탈피하고자 한 마릴린 먼로의 영화 장면들을 오마주 하거나 소비로 변해버린 예술 시장에서 벗어나고자 다양한 실험을 반복한 뱅크시의 작품을 보여주는 등 (여자)아이들은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며 원치 않은 형태로 소비 당하는 것을 거부하는 곡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는 ‘Nxde’에서 샘플링 된 조르주 비제의 ‘하바네라’는 오페라 <카르멘>에 삽입된 곡이다. 클래식 샘플링이 대세가 된 아이돌 시장에서 (여자)아이들의 ‘하바네라’ 샘플링은 단순히 대중성을 위한 접근이 아니다. 오페라 안에서 카르멘은 관능적이고 유혹적인 외관과 다르게 자유로운 사랑을 하는 사람이며 ‘하바네라’라는 곡 또한 길들일 수 없는 사랑과 자유로움을 이야기하는 곡이다. 이는 (여자)아이들의 ‘Nxde’와 합쳐져 (여자)아이들이 이야기 하고 싶었던 누드 즉 본연의 자유로움과 어우러진다.

그동안 클래식은 다소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샘플링되었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의 주 멜로디를 중간중간 차용한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하바레나’의 주선율과 코드 진행 위에 곡을 붙인 박지윤의 ‘달빛의 노래’ 같은 곡처럼 단조의 비장함을 댄스 음악의 역동성 안에 녹여내 호소력을 높이는 방식은 일종의 공식이었다. 원곡을 적절하게 활용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지만, 재해색됐다는 느낌은 받기 어렵다. 하지만, 위의 세 노래는 다르다. 자신들만의 색과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으로 클래식을 샘플링한다. 앞으로 이러한 시도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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