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찾아 온 세기말 로맨스…스물다섯 스물하나 X '20세기 소녀' X '동감’
2022년에 찾아 온 세기말 로맨스…스물다섯 스물하나 X '20세기 소녀' X '동감’
  • 김민지 인턴기자
  • 승인 2022.11.1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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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레트로 열풍 속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계에도 90년대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여진구, 조이현 주연의 영화 ‘동감’ 이야기다.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동명 영화를 22년 만에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1999년을 사는 대학생 용(여진구)과 2022년을 사는 대학생 무늬(조이현)이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는 이야기를 다룬 청춘 로맨스물. 2000년작인 원작에서 주인공들이 각각 1979년과 2000년을 사는 것과 달리 2000년이 아닌 90년대, 그중에서도 1999년을 배경으로 삼은 점이 눈길을 끈다.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이 지금 사회구성원의 허리 역할을 하는 3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이고, 이들이 현재 대중문화를 적극 소비하고 직접 제작하는 연령대다. 90년대가 한국 사회와 대중문화의 르네상스 시기였다. 정치적으로는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이념의 시대와 안녕을 시작했고, 경제적으로는 1994년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돌파 등 좋은 경제 상황이었으나 1997년 말 외환위기(IMF 구제금융 요청)로  격동의 시기를 겪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현재 아날로그 감성으로 90년대를 기억하지만, 90년대는 인터넷 상용서비스로 인한 디지털 문화의 태동도 이 시기였다. 

21세기는 정확히 2001년부터지만 심정적으로 1999년은 20세기의 마지막처럼 여겨졌고, 2000년이 되면 컴퓨터 프로그램이 2000년을 1900년으로 인식하는 오류가 벌어질 거라는 ‘Y2K’와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1999년 종말론’으로 인해 이런 인식은 더욱 강했다. 90년대를 마감하는 해인 1999년에 만난 두 청춘의 순수하고도 불안정한 감정이, 다가오는 2000년대에 대한 불안과 동경이 뒤섞여 있던 세기말 감성과 닮았다.

‘동감’ 외에 이런 세기말 감성에 주목한 작품이 여럿 있다. 올해 상반기를 강타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세기말과 2000년대 초의 청춘들을 방황과 성장을 담으며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였다. 지난 10월 21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20세기 소녀’는 1999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소녀와 소년들의 첫사랑을 그려냈다. 이때 주요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것이 삐삐와 공중전화. ‘동감’에서도 삐삐와 휴대폰은 99년의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의 공존으로 상징된다. 

영화계 뿐만 아니라 음악계에서도 세기말 감성은 유행이다. ‘응답하라 1997’ 같은 작품이 아이돌그룹이 태동하던 90년대 후반을 정확히 묘사한다.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의 세기말 감성을 다루는 작품은 당분간 전방위적으로 계속될 것으로보인다. 이미 가요계에선 뉴진스, 아이브 같은 4세대 걸그룹들이 세기말 감성을 녹여냈고, 패션계 또한 이에 발맞추어 배꼽티(크롭티), 와이드 팬츠, 로우라이즈, 깻잎머리 스타일 등 세기말 패션을 소환하고 있다. 사람들의 귀엔 90년대 느낌 물씬 나는 헤드폰이 덮고 있다. 
 
최근 유독 90년대 감성이 인기를 끄는 것은 세기말 감성에서 중장년층은 향수를, MZ세대는 새로움을 느끼며 흥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과거의 것을 그저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뉴트로(New+Retro) 붐이 일면서, 그러한 감성을 담은 작품에도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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