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도 직면한 환경문제, JYP가 포문 열었다
엔터테인먼트도 직면한 환경문제, JYP가 포문 열었다
  • 김민지 인턴기자
  • 승인 2023.01.0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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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나연, 스트레이 키즈, 엔믹스는 JJYP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이다. 이들이 최근 내놓은 노래가 간접적으로 전국 14개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졌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즐기는 행위가 곧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탄소 줄이기’와 이어지는 셈이다.

최근 제이와이피가 케이팝 업계 최초로 한국형 RE100을 이행했다. RE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이다. 세계적으로는 애플, 구글 등 376곳이 가입했다. 한국형 캠페인은 기업이 옥상, 주차장 등에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직접 설치·투자하거나, 한국전력공사에 전기요금과 별도로 재생에너지를 위한 ‘녹색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등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제이와이피는 본사 건물에서 2021년 한 해 동안 쓴 전력량(1393㎿h)만큼의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태양광발전소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지난 5월 캠페인에 참여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인증서 구매는 간접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수요 예측도 할 수 있는 등 재생에너지 발전 산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세계적 영향력이 큰 케이팝 가수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나선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블랙핑크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홍보대사를 맡고, 방탄소년단(BTS)이 전기차 경주대회 포뮬러이(E)를 알린 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케이팝 기업이 직접 주체가 되어 적극적인 친환경 행보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형 캠페인은 지난 2월 시행 1주년을 맞았는데, 참여 기업은 75곳에 그쳤다. JYP는 향후 RE100 이행 여부를 묻는 말에, “앞으로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지속해서 아르이100을 이행할 계획이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환경단체는 물론 케이팝 팬들도 이 같은 결정을 반기고 있다. 젊은 연령층을 타켓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최근 젊은 세대가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덴 성공했다.

업계의 변화를 바라는 케이팝 팬들의 목소리에 힘입어, 물꼬는 조금씩 트이고 있다. 지난 1월 아이에스티(IST)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이돌 그룹 빅톤의 세번째 싱글 앨범 <크로노그래프>를 시디(CD)를 뺀 ‘플랫폼 앨범’ 형태로 발매하기도 했다. 하이브는 지난 3월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에스엠은 지난 5일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하는 등 이에스지(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엔터기업들이 기후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일회성 보여주기식 행보에만 머문다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일례로, ‘앨범에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했다’고 홍보하는 곳이 있지만, 종량제 봉투로 버린 쓰레기 절반 이상이 소각되는 우리나라 폐기물 관리 체계상 생분해 플라스틱보다는 분리 배출을 통해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을 쓰는 게 환경에 더 낫다”고 말했다. ‘친환경 소재 앨범’이 진짜 친환경적이려면, 앨범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누하 이자투니사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도 “제이와이피는 RE100 이행 발표 전에 ‘그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친환경 소재를 쓴 상품을 발매했지만, 여기에 ‘랜덤 포토카드’를 넣어서 또 다시 상품의 중복 구매를 유도했다. 이는 ‘그린워싱’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며, “팬들이 보다 지속가능한 ‘팬질’을 할 수 있게끔 기업이 추진하는 친환경 전략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3대 음반 레이블인 소니뮤직그룹, 유니버설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등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매년 탄소배출량을 공개하고 세부적인 진행 상황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음악기후협약’에 이름을 올렸다. 케이팝의 위상이 세계적인 위치까지 올라간 만큼, 국내 엔터 업계도 책임감을 가지고 세계적인 음악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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