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리뷰] 여전히 주제는 '사랑', 까치산 - 안녕하세요, 까치산입니다.
[소소한 리뷰] 여전히 주제는 '사랑', 까치산 - 안녕하세요, 까치산입니다.
  • 안정욱 인턴기자
  • 승인 2023.06.04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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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05, 대학가요제에서 익스가 던진 재기발랄한 선언은 세상을 향해 첫발을 딛는 젊은 열기의 모습과도 같았다. 거침없었고 또 솔직했다. 그렇게 선언된 젊음은 마치 골리앗 앞에 선 다윗처럼 왜소했지만 물러섬 따위는 없었다. 한 대 맞게 되더라도 꿋꿋하게 다시 맞서보는 것. 익스의 잘 부탁드립니다는 그런 젊은 층이 향유했던 강렬한 한방이 음악과 의도 곳곳에 숨겨져 있는 노래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까치산입니다.
안녕하세요, 까치산입니다.

시간을 돌려 여기 안녕하세요라고 다시 자신들을 소개하는 밴드가 있다. 숨기지 않고 이 씬 속에 등장하게 된 이유를, 담담하고 또 직설적으로 제목을 통해 드러내 보인다. 종종 스스로를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는 자신감들이 때론 근거 없이 허무맹랑하게 여겨질 경우도 많았지만, 까치산의 음악은 허세가 없고 누구보다 순수하며 그래서 젊어 보인다. 이들의 자신감이 음악뿐 아닌 음악을 이루게 하던 개인적인 과거의 순간들로 비롯되었다는 걸 의식한다면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2000년대를 아우른 모던과 펑크 록의 골조, J-POP 특유의 멜로딕한 연주를 연상시키는 흐름들, 트랙 각각의 제목에서는 아침’(achime)과도 같은 인디 밴드 특유의 동화적인 작법들이 떠오르며, ‘까치산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은 무엇보다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멤버 3인방 김진호, 최선용, 한태인 모두 90년대와 00년대를 아우르는 밴드 음악, 애니메이션 주제가 등을 통해 애정을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결집하게 된 까치산의 정체성은 그 자체로 이들을 증명해주는 긍정적인 요소로써 자리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건, 그간 일시 정지된 채로 누그러진 듯해 보였던 젊음의 한 층을 복기하는 방식에 있다. 물론 몇몇 단어들을 통해 전체적인 심상을 유추해내는 건 다소 급한 결론을 내리기도 하지만, ‘거짓말 자판기의 경우 솔직한 게 무슨 도움이 됐던가같은 가사와 더불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적절한 대화법이 툭 하고 던져나오며 상처를 받을까 솔직하지 못하는 푸념이 귀엽게 포장된 곡이고 이어지는 징크스에서는 어원이 주는 불길함에 반해 오히려 좋아하는 색깔의 옷을 입은 날이면 // 무슨 일이든 쉽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이 삶의 긍정성이 도드라지는 곡이다. 사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젊은 시절의 고민과 천진난만함이 엿보이는 까치산의 목표는 정말 단순하게 사랑을 향해간다.

 

안타깝게도 이들 역시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한다. ‘다른 말로 풀 수 없고//돌려 말하고 싶진 않은// 해맬 수밖에 없는 // 의미를 알고 싶은사랑이지만 애초에 사랑을 풀어 설명할 수 있는 접근법 따위는 없다. 그건 명백한 실체가 아니라 희끄무레한 관념이기에. 손짓과 행동으로 표현될 수 없어서 사랑이 있을 거라고 믿을 수밖에 없기에. 까치산은 그냥 사랑이라는 단어를 소리 내어 여러 번 반복하기로 한다. 사랑이 뭔지 모르겠지만, 모르는 새에 수없이 반복되었고 깊게 스며들어 있어 종착역같이 자리하고 있을 그 끝을 향해 부른다. 그래서 주제는 사랑일 수밖에 없다. 형체 없는 형체를 향해 다가가며 노래하는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과 비견될 수 있으니까.

 

까치산의 사랑은 정확히 특정 지어지지 않던 너였을지도, 혹은 수많은 레퍼런스를 빌려온 어린 시절의 향수였을 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사랑이 고귀해지는 이유가 사랑 그 자체에 의미가 있기보단,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휘하는 마침내 사랑하게 되었다는 중도의 깨달음에 있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까치산의 사랑은 미완이지만, 누구보다 사랑하는 법을 잘 알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말해보아도 괜찮을까? ‘안녕하세요로 건네지는 인사는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의 첫걸음이라는 걸.

 

 

안정욱 인턴기자. 스타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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