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뉴스 이복인 기자]
전기차를 빠르게 충전하고 멀리 갈 수 있게 하는 2차전지, 빛 바램 없이 오랫동안 선명함을 유지하는 디스플레이 소자, 명사수와 같이 정확히 표적에만 작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한 맞춤형 신약.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 삶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신물질이라는 점, 그러나 기술적 난도가 높아 아직 완벽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질을 이루는 분자들의 특성 예측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존 방식은 이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신물질 개발에 있어 큰 걸림돌이 돼 왔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학장 홍유석)은 전기정보공학부 및 협동과정 인공지능전공 윤성로 교수팀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분자 특성 예측을 기존 방식보다 1000배 이상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신물질 개발 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분자 특성 예측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다양한 신물질 개발의 혁신 사이클을 크게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능 기반 초고속 분자 특성 예측 기술의 동작 방식에 대해 연구팀은 그림을 인식하는 인공지능을 비유로 들어 설명했다. 예컨데 전문적인 화가가 그린 고품질 그림으로만 훈련된 인공지능이 있다고 가정할 때 이 인공지능은 고품질로 그려진 그림에 대해서는 잘 인식하지만 어린이가 연필로 스케치해 그린 고양이 그림을 처음 보면 그것이 고양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능은 사실적인 그림과 연필로 그린 그림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인식하도록 학습돼 여러 종류의 그림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훈련됐다.
새로운 분자의 특성을 예측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기존 방법 대신에 간단하고 빠르게 알아낸 분자 정보를 활용하더라도 정교한 특성 예측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윤성로 교수는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물질 개발 연구가 확산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나 ‘GNoME’(물질탐색용 인공신경망)이 대표적인 사례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물질 후보군을 생성하고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복합적 파이프라인도 등장하고 있어 인류가 꿈꾸던 획기적 신물질의 개발에 있어 인공지능이 점차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선도적 융합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국연구재단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과 BK21 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인공지능대학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컴퓨테이셔널 사이언스(Nature Computational Science)에 2023년 12월 5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