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 막장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쓴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TV리뷰] 막장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쓴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 한재훈 기자
  • 승인 2017.02.19 2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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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인데, 스토리, 연기력, 구성, 있을 건 다 있어
종영을 한 주 남긴 MBC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 MBC

 

[스타인뉴스 한재훈 기자]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가 어느덧 종영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 18일 50회 기준으로 시청률 22.7%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 막장 드라마의 최고봉, 김사경 작가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는 말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암을 유발하는 드라마이다. 드라마를 볼 때마다 수도 없이 ‘암 걸리겠다’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비록 마지막에 와서야 사이다 전개로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방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을 암 걸리게 할 것 같은 전개로 시청자들의 온갖 비판과 비난을 받았다.

 

‘불어라 미풍아’는 2016년 08월 27일에 방영을 시작해 2017년 02월 26일에 마지막회인 53회를 방영한다. 기존 50회에서 3회를 늘린 횟수다. 탈북자와의 사랑, 우정을 그린 드라마로, 초기에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회 정도 지난 후부터는 전혀 전개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생각될 만큼 심한 정체기가 왔다.

 

김사경 작가가 극본을 썼는데, 김사경은 이미 막장드라마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미 2012년 방영했던 ‘오자룡이 간다’ 등으로 막장드라마로는 꽤 유명하다. 극 중 황당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며, 매번 예고편을 통해 일명 시청자들을 낚기(?)도 했다. 그리고 착한 주인공들은 왜 저렇게 많이 당하는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라면 만두 속 터지듯 답답했을 것이다. 김사경 작가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막장드라마의 넘사벽’이다. 50부작이 아닌 40부작 정도로만 했어도 좀 더 시청자들에게 사랑도 많이 받고 흥행하지 않았을까 싶다.

 

극 중 이장고 역의 '손호준'과 김미풍 역의 '임지연'. ⓒ MBC

 

▶ 막장드라마인데 스토리, 연기력, 감동, 구성 다 괜찮은 드라마는 처음이다

분명 ‘불어라 미풍아’는 암 걸리는 전개의 드라마는 맞는데 이런 막장 드라마는 처음이다. 처음부터 꾸준히 봐 온 시청자로서, 웬만한 드라마가 받는 혹평 못지않게 호평할 부분도 많이 있다. 일단 배우들의 연기력은 수준급이다.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아무도 반박하지 못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캐릭터를 연기한 ‘손호준’, ‘임지연’은 이번 드라마에서 연기력 논란 한 번 없었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두 캐릭터에 몰입하며 울고 웃고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이유가 배우 ‘오지은’이 박신애 역으로 출연한다고 했기 때문이었는데, 중간에 박신애 역을 맡은 배우가 ‘임수향’으로 바뀌면서 살짝 몰입감이 떨어지긴 했다. 그럼에도 ‘임수향’은 그 전 배우인 ‘오지은’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 말 그대로 ‘임수향’은 박신애 그 캐릭터 자체였다. 악랄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완전히 다 보여주는 데에 성공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악역을 맡은 ‘이휘향’도 연기의 끝을 보여줬다. 인간미 넘치는 연기로, 암 걸리는 드라마에서 중간중간 시청자들을 웃게 한 배우이다.

 

이외에도 이일화의 북한 사투리 연기는 대단했다. 명품 조연이 아니었나 싶다. 이미 25년이 넘는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데, 최근에는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을 통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활동 휴식기가 없을 정도로 꾸준히 연기하고 있는 이일화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응답하라 1988’ 이후로 가장 반가웠던 작품이었다. 이외에도 연극배우 출신으로 미풍이 아버지인 김대훈 역을 맡은 ‘한갑수’, 달래 역을 맡은 국민 원로배우 ‘김영옥’, 조달호 역을 맡은 ‘이종원’, 장고 엄마인 황금실 역을 맡은 ‘금보라’등 모든 조연 배우들에 대해 칭찬하고 싶다.

 

‘불어라 미풍아’는 분명 막장 드라마인 것을 알고 봤다. 그럼에도 막장 드라마인데, 보면서 이렇게 울컥한 적이 많았던 드라마는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 스토리를 잘 짰을까, 하도 속 터지게 스토리를 잘 짜서 진짜 감탄스러웠다. 분명히 시청자들을 짜증나게 하는 드라마였지만, 보통 드라마에서 주기 힘든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줌으로써 다른 막장드라마와는 차원이 달랐다.

 

막상 볼 때는 고구마를 먹다 걸린 것처럼 답답했던 드라마였지만, 북한에 관해 조금이라도 좋은 면을 보여주었던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잘 보면 우리 주변에도 북한 출신의 사람들이 참 많은데, 드라마를 통해 그들도 우리랑 똑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 같은 민족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친근감을 느끼고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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