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의 생각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논란
[리뷰: 당신의 생각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논란
  • 박태형 인턴기자
  • 승인 2020.03.18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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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주간 방송한 '르완다' 편... 제작진 "식민지배의 아픔은 비극" 자막
이후 약 40년간 르완다 식민 지배했던 '벨기에' 편 예고... "아름다운 벨기에"라니

[스타인뉴스 박태형 인턴기자] 대한민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기를 보여주는 MBC에브리원 인기 예능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지난 12일 '르완다 편'을 마무리하는 방송 직후에 나온 '벨기에'편 예고 장면 때문이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캡쳐화면

아프리카의 '르완다'. 유럽의 '벨기에'.

두 국가가 서로 어떤 관계이기에 논란일까. 사실 방송에 다 나왔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대로 내보냈다.

 

◆ 지난 4주간, '르완다' 아프리카 청년들의 유쾌한 한국 여행기 & 슬픈 식민지배의 역사 고백 "당시 국민 1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캡쳐화면

지난 4주간 방송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는 아프리카의 '르완다' 청년들이 출연했다. 르완다 청년 모세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엘베, 브레제, 파브리스와의 한국 여행기를 다루었으며, 이들은 "한국 정말 사랑해요", "한국 그리워요"라며 한국식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르완다 청년들은 한국의 수원 통닭거리와 화성,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하고 지산 스키장과 송어축제 등 다양한 체험을 경험했으며, 이와 함께 많은 시청자들은 르완다 친구들의 순수한 모습에 훈훈한 미소와 응원을 보냈다.

 

그런데, 한 없이 유쾌했던 르완다 청년들이 진지하고 숙연해진 장면이 등장한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캡쳐화면

지난 5일 방송에서 르완다 청년들은 한국의 용산 전쟁 기념관을 찾았는데 평소와 달리 조용하고 숙연한 모습으로 전쟁 기념관을 둘러봤다. 그들의 조국인 르완다 역시 식민지배와 대학살이라는 아픈 역사를 지녔기 때문이다.

르완다는 1994년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강 동안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르완다 대학살'을 겪었다. 이 대학살의 뿌리는 벨기에 제국주의였다. 벨기에는 르완다를 지배하면서 주민등록증에 인종을 표시하도록 하고 소수파인 투치족이 다수파인 후투족을 억압적으로 지배하게 했다. 르완다가 독립하는 시점에서 지배권을 후투족에게 넘겼고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다. 3개월 만에 100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하루에 1만 명 한 시간에 400여 명 1분에 7명 넘게 죽었다. 

출연자 파브리스는 "르완다 대학살 중에 나는 아버지를 잃었다"고 했고 브레제 역시 "나도 많은 가족을 잃었다. 나의 아버지와 많은 이모, 삼촌들을 잃었다. 이제 남은 가족이 5명 밖에 없다"고 말해 말문을 막히게 했다.

제작진은 1994년 르완다 대학살로 인해 무려 100만명이 목숨을 잃었음을 자막으로 알렸다. 스튜디오에 있는 MC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시청자들도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며, 그들의 슬픔을 누구보다 마음깊이 공감했을 것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 다음 주 '벨기에' 예고... 앞에서 '비극'적이라던 자막은?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캡쳐화면

제작진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랑플라스 광장', '초콜릿, 와플, 맥주의 나라, 벨기에'이라는 문구로 '벨기에' 편을 소개했다.

벨기에를 '아름다운 나라'로 묘사하는 표현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를 '르완다' 편 직후에 방송했기에 그 의미는 달라질 것이다.

대학살의 아픔을 고백한 르완다 친구들이 나온 방송 이후, 대학살의 장본인인 '벨기에' 편의 예고.

'르완다' 편에서 대학살의 참혹함까지 얘기하며 다같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고 '비극'이라는 자막으로 공감을 했던 제작진.

하지만 곧바로 벨기에 사람들을 나오게 하는 잔인함.

르완다 청년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자신들이 나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본 후 이어진 '벨기에' 예고편을 본다면?

◆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


한 번 상상해보자. '미국은 처음이지?'라는 미국의 한 방송이, 미국 방문인 처음인 한국인과 그의 친구들이 미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한국 청년들은 첫 미국 방문이기에 처음하는 모든 것은 신기했고 방송에 비치는 그들의 얼굴에는 즐거운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그들은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미국 독립기념관에 방문해, 한국의 지난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떠올렸고 방송은 '비극'이라는 자막으로 슬픔을 공유했다. 

그리고 마지막날 한국 청년들은 "미국 최고였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JFK 공항을 떠났고, 그렇게 '한국'편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뒤이은 다음 주 예고편에 '아름다운 일본'이라며 다음편 일본인의 여행을 예고했다면?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시청자 게시판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시청자 게시판

 

시청자 게시판은 주말 사이 수백개의 방송 보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한 일부 네티즌은 제작진이 글을 제멋대로 삭제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제작진은 16일 오전 '벨기에' 현직 PD 삼인방과 아기의 한국 여행! 꽃미모 아기의 1초 1심쿵 유발 파티"라는 보도자료까지 발송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인이 르완다의 역사까지 어떻게 아느냐고 반론할 수 있겠다. 인정한다. 나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제작진은 방송을 준비하고 르완다 친구들과 인터뷰하고 자료를 첨부하면서 충분히 확인하고 인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백번 양보해 제작진이 '르완다 대학살' 그 자체만 조사하느라 독립 이전 분열의 원인이었던 벨기에는 보지 못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방송이 끝난지도 일주일이 되가는 현재, 그들은 자신들의 방송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피드백은?

난리난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은 그저 폼으로 있는 것인가?

어떠한 답변 혹은 최소한의 사과도 없다. '벨기에' 편이 하루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그냥 방송에 내보내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역지사지(易地思之),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그들은 그저 가짜 공감이었을 뿐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해당 르완다 청년들이었다면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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