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인뉴스 최수정 인턴기자] 우리는 때때로 슬픔 속에서 행복을 찾기도 하고, 행복 속에서 슬픔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아이러니한 인생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 <벌새>는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주는 영화다. 물론 누군가에겐 이 영화가 명확한 답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두운 밤, 길을 잃었을 때에 주변을 살펴보게라도 해주는 랜턴 정도는 되어 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벌새는 1994년을 살아가던 인물인 ‘은희’의 일상을 담담하게 꾹꾹 눌러 담은 독립영화이다.

벌새의 주인공인 은희는 1980년생이다. 그리고 우리는 은희의 시점으로 그 시절의 한국 사회를 엿볼 수 있다. 방앗간을 하는 부모님은 중학생인 은희가 담배를 태우는지, 문구점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걸리든지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은희와 은희의 언니와 다르게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오빠는 은희에게 폭력을 일삼지만 은희와 은희 친구에게는 그게 일상인 듯 그려진다.
그래도 은희가 진심으로 대하고 믿는 어른이 있었다. 바로 한문 학원 선생님인 ‘영지’다. 영지는 은희가 친구와 싸워서 힘들 때, 수술할 때 등 은희가 힘들 때마다 곁에서 따듯하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며 은희에게 큰 힘이 되는 존재다.
하지만 은희와 영지의 애정 어린 관계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1994년, 영지가 어떠한 사건 탓에 희생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은희는 언니가 등굣길에 이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절망했다가 언니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그 버스를 타지 못해서 살았다는 사실을 듣고 안도한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영지 선생님의 소식을 알게 되는 것인데, 이런 절망과 안도 사이를 왕복하며 은희는 그 어느 곳에 머무른 감정으로 멈춰있지 않는다.
오히려 은희는 그 절망과 안도를 넘나들며 느낀 감정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성장하며 지난 순간들과 다가올 미래를 진심을 다해 기억하고자 할 뿐이다.

“보편적인 은희와 함께 성장하는 보편적인 관객들”
<벌새> 덕분에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음을 배웠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을 애도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은희나 내가 판타지 영화 속 초능력을 뿜어내는 영웅 같은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둘 다 보편적인 사람들이었기 온전히 내가 은희가 되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고,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다른 시대의 사건에 대해서 현재의 사람들이 그때의 감정을 나눌 수 있게 하는 것도 가장 일반적인 그 시절의 중학생이 주인공이기에 할 수 있던 것이라 생각한다.
서두에서 말했던 ‘아이러니한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답은 독자가 영화를 보고 직접 깨달아보길 추천한다.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의 2020년을 살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사람들에게 <벌새>가 어두운 갈림길 사이의 작은 빛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