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내 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하나뿐인 내 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 유수미 인턴기자
  • 승인 2020.04.14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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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흘러가는 시간들' 리뷰

[스타인뉴스 유수미 인턴기자] “나는 그녀가 좋다” 영화 속에 나타난 고양이 다루의 진심 어린 한마디다. 미유가 힘들고 외로울 때 마다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다루. 미유의 하소연을 아무 토도 달지 않고 다 받아주며, 다루는 그런 그녀를 보며 어떻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을지 또 한 번 생각한다. 비록 다루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낼 뿐이지만 다루는 다 알고 있다. 미유의 고민이 뭔지, 요즘 어떤 딜레마에 빠졌는지를. 마치 의사선생님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깊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면 그것은 각각의 삶이 아니라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다루는 미유가 있어서 살아가고 또 미유는 다루가 있어서 살아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의지처가 된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랑 비슷하게 큰 외로움을 지닌 사람을 보면, 정말 작지만 내가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 누군가를 좋아하면 겉으로 티 내기보단 다루처럼 항상 머릿속으로 내레이션을 읊는다. 누군가를 위해 위로해 주고 그 사람 곁에 있고 싶어 하는 다루의 마음에 공감이 갔다. 다루는 비록 고양이이지만 미유의 엄마, 친구 등 다양한 역할로 존재하며, 미유 또한 다루가 잃어버린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 둘의 관계는 단순히 키우고 키워지는 관계가 아닌 그 이상으로 유대감이 끈끈한 가족관계로 보인다. 미유와 다루처럼 절대 배신 안 할 내 편이 딱 한 사람만 있어도 정말 든든하지 않을까.   

 

미유와 다루가 처음 만난 과거로 돌아가 보자면, 그 둘의 관계는 좀 어긋나있다. 엄마는 미유 보다 다루를 챙겨주는 듯하고 다루는 징그러운 도마뱀 한 마리를 물고 다닌다. 미유는 그런 다루가 밉고 한심하다. 미유는 다루를 밖에다 버리려 하지만 다시 발걸음을 돌려 다루에게 돌아온다. 이후 미유는 점차 다루에게 마음을 열고 그 둘은 현재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울 메이트가 된다.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지더라도 평생 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빴던 사이가 좋아질 수 있고 반대로 좋았던 사이가 나빠질 수 있다. 인생이 새옹지마이듯 사람 관계 또한 정말 모를 일이다.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내 주위의 사람들과 나는 어떤 관계로 변할지, 친해질지, 멀어질지 그것은 예측할 수 없다. 마치 자연의 섭리처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에 관계란 것이 그래서 더 힘들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전학 온 지 얼마 안 된 시기, 미유는 다루에게 점차 마음을 열어가면서 외로움을 달랜다. 무언가 마음속 커다란 구멍을 메꿔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참 위로가 되는 일이다. 미유가 다루를 통해 외로움을 달랜다면 나는 유튜브로 음악을 들으며 외로움을 달래는 편이다. 음악이란 것이 단지 가사와 멜로디가 혼성된 매체가 아니라 제3의 누군가가 나에게 계속 쫑알쫑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아직도 외로움의 감정이 든다는 건 아무리 채워도 결국은 채워지지 못했다는 것이고, 나에겐 평생의 숙제로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올게.” 다루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러나 다루는 여전히 액자 속에도, 미유의 기억 속에도 생생히 살아있다. 사람은 과거를 점차 잊고 현재를 살아가는 경향이 있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미유에게 그것은 다루와의 추억이자 다루 그 자체이다. 꼭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진짜 다시 온 것일까. 미유는 박스 속에 버려진 하얀 고양이 한 마리를 꺼내 품에 안는다. 마치 비가 우수수 내리던 날 다루를 박스 속에서 데려왔던 것처럼. 괜스레 데자뷰가 느껴진다.

‘환생해서 다시 새로운 인연으로 옛 인연과 만난다.’라는 명제는 신기하기도 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말이 있다. 진짜 만나게 될 사람은 만나게 된다는 말. 그 둘한테는 보이지 않은 붉은 실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이 아닌 고양이와 사람과의 인연을 보여줌으로써, 고양이 또한 사고 체계가 없는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마음을 느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존재라고 느껴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사람들과 서로 유대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그 수많은 사람들 중 왜 난 이 친구와 친구가 되었을까?’라는 생각. ‘우연일까?’ 아니면 ‘정말 만나야 할 사람이었던 걸까?’라는 질문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문득 외롭다고 느껴지거나 대인관계가 복잡하고 힘들 때면 영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흘러가는 시간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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