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뉴스 이광우 기자] 현대차ㆍ기아가 “애플과 자율주행차(애플카) 개발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힌 가운데 "일본 자동차 업계가 애플과 손잡고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현대차ㆍ기아는 8일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라면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8일 현대차가 애플과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놓고 협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동차 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풍문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라면서도 “확정된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애플은 어떤 공식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협상 상대로 지목된 애플의 ‘함구’가 지속하자 자동차 업계에서는 협상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정 기업과 경영상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종 타결 전까지 철저하게 '함구'하는 애플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기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차가 재공시 시점으로 못 박은 ‘1개월(2월 8일)’을 앞두고 "양측의 협상이 무산됐다"는 외신 보도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5일 애플 내부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라며 “재개 시점을 알 수 없다”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애플이 현대차그룹 대신 일본 자동차 업계로 눈을 돌렸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블룸버그는 이 보도에 “애플이 최근 현대차와 기아 외에도 다른 완성차업체들과도 비슷한 계획에 대해 논의해 왔다”라고 덧붙인 바 있다.

같은 날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 역시 애플 부품 공급업체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애플이 적어도 일본 내 6개 기업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앞서 자동차 산업 진출을 공언한 애플은 협의할 대상이 많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한국차가 아니라면 애플에 일본차 또는 독일차는 적절한 협상 대상 가운데 하나다.

이미 미국 GM이 마이크로소프트와, 포드는 구글과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고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등의 분야에서 상호협력을 천명했다. 미국 빅3 가운데 GM과 포드가 이미 방향성과 협력 상대를 정한 가운데 애플이 남아있는 크라이슬러(FCA그룹)와 협상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기술을 보유 중이고 글로벌 톱5 안에 꼽힐만한 양산 능력을 갖춘 자동차 제조사는 한국의 현대차그룹과 독일 폭스바겐그룹, 이밖에 토요타를 포함한 일본 자동차 기업 등이 최적의 대상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공시를 통해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애플과 자율주행 전기차와 논의하지 않고 있다”라며 “그동안 논의가 있었는지, 앞으로 논의가 있을지 등 구체적인 사안을 언급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양측이 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뜻을 같이하되 안정적인 동반관계를 위해서는 상호 지분 스와프가 논의됐고, 이 과정에서 막바지 협상이 결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