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올림픽 4위, 김연경과 강백호에게 상반된 분위기 "환호하거나 실망하거나"
같은 올림픽 4위, 김연경과 강백호에게 상반된 분위기 "환호하거나 실망하거나"
  • 이상백 기자
  • 승인 2021.08.0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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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뉴스 이상백 기자] 대한민국이 '김연경 신드롬'에 환호했다. 동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여자 배구 대표팀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온 스포츠 드라마에 찬사가 쏟아졌다.

이번 대회는 김연경의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은퇴시즌 작전)'로 불리기 모자람이 없었다. 실력과 유쾌함을 모두 갖춘 품격있는 리더. 김연경이 이번 올림픽을 상징하는 스타로 떠오른 이유다.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세르비아에 0-3으로 패배했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몸을 던지며 투혼을 발휘했지만 세르비아의 주포 티아나 보스코비치 등의 '높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토록 원해온 '올림픽 메달'이 좌절됐지만 김연경은 웃으며 보스코비치 등 세르비아 선수 및 감독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며 격려를 한 것도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자신의 국가대표 은퇴를 공식화하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모든 것을 쏟았다. 행복했다"는 말과 함께였다. 그리고 눈물을 보인 후배들에게는 "웃으라. 결과적으로 잘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웃을 자격이 있다"고 조언했다. '배구 황제' 다운 품격있는 퇴장이었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에서 불꽃 리더십을 선보였다. 조별 예선전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추격을 허용하며 팀이 흔들리자 작전시간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라고 외친 것은 이미 명언이 됐다. 8강 터키전에서는 5세트 막판 상대팀이 14-13까지 따라붙자 "원(1인) 블로킹이면 때려"라고 일갈하며 팀원들을 깨어나게 했다.

코트 안에서 수없는 '잔소리'로 사실상 코치의 역할을 수행했다. 일본 현지 배구 팬들도 이런 김연경의 모습에 매료됐다. "나도 힘들 때 '김연경 언니'에게 침착해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반응이 일본에서 나왔다.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의 김연경은 자타공인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했다. 경기 마다 후배 선수들이 실수를 하면 웃으면서 "괜찮아"라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압도적인 실력도 리더십에 한 몫했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폭 논란'으로 없어진 상황이었지만 김연경은 "올려만 놓으면 내가 해결하겠다"고 했다.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 13위 대한민국이 도미니카공화국(7위), 일본(5위), 터키(4위)를 차례로 격파한 기적의 원동력이다. 일본전에서 30점, 터키전에서 28점을 쓸어담았다. 특히 8강 터키전 5세트 9대10으로 뒤진 상황 속에서 마지막 6점 중 5점을 책임지며 대역전극을 이끈 게 압도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동메달 결정전 이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여자 배구 국가대표 12명의 이름을 일일이 적으며 "매 경기 모든 걸 쏟아내는 모습에 국민 모두 자부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메달보다 값진 희망과 감동을 안겨 줬다"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랑스럽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여자 배구 대표팀의 선전은 같은 '올림픽 4위'인 야구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누리꾼들은 "같은 4위인데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 있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야구에는 김연경 같은 리더도 안 보였고, 여자 배구 선수들과 같은 절박함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동메달 결정전 막판 패색이 짙어지자 타자 강백호가 덕아웃에서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모습에 팬들의 실망감이 더욱 증폭됐다. 방송 해설을 하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도 "지더라도 우리가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 계속해서 미친 듯이 파이팅을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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