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별세, 향년 89세 숙환으로 사망...과거 노태우 발언(어록)도 재소환
노태우 별세, 향년 89세 숙환으로 사망...과거 노태우 발언(어록)도 재소환
  • 이상백 기자
  • 승인 2021.10.26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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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뉴스 이상백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병세가 악화되며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등 지병으로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아왔다.

노 전 대통령은 12·12 군사쿠데타(1979년)와 6·29선언(1987년), 3당 합당(1990년), 비자금 사건(1995년)으로 이어지는 한국 역사의 중심에 서며 파란만장한 생애를 보냈다. 그는 신군부 세력의 핵심 중 하나로 1979년 12·12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의 핵심부에 진입했고, 숱한 정치적 위기를 거친 끝에 육사 11기 동기인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1988년 제13대 대통령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러나 취약한 지지기반, 88서울올림픽 이후 분출된 민주화운동에 따른 사회혼란, 권력 내부의 암투 등으로 인해 조기에 레임덕이 찾아왔다. 특히 퇴임 2년 여 만에 터진 4000억 비자금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 퇴임 후 결국 법정에 서고 영어(囹圄)의 신세를 지는 등 순탄치 않은 인생을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외부활동을 삼간 채 사실상 은둔 생활을 했고, 오랜 지병으로 입·퇴원을 반복했다. 2002년 미국에서 전립샘암 수술을 받았고, 2008년에는 희귀병인 소뇌 위축증 판정을 받았다. 2011년 4월 엑스선 검사에서는 7cm 길이의 한방용 침이 기관지를 관통한 것으로 드러나 제거 수술을 받은 바 있다. 2013년에도 천식과 폐렴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최근에도 집중 치료를 받아왔다.

다음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주요 발언(어록)들.

▶"부의 부당한 축적이나 편재가 사라지고 누구든지 성실하게 일한 만큼 보람과 결실을 거두면서 희망을 갖고 장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시대'입니다.", "이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어느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보통사람들의 시대'가 왔습니다."

(1998년 제13대 대통령 취임사)

▶"6·29선언과 같은 결단, 나는 두번 다시 그런 결단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결단은 엄청나게 불행한 사태 속에서 목숨을 걸고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1989년 한국일보 창간 35주년 기념 특별회견)

▶ "물, 그것은 마시면 들어가고 흘리면 떨어집니다. 그러나 그 물 한방울 한방울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는 과정을 보면 물의 힘은 참 크지요. '물대통령'이란 별명 참 잘 지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1989년 프랑스 교민 리셉션 중)

▶ "40년의 짧은 기간에 그처럼 헌정사의 단절과 파란을 겪어야 했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온전한 전직 대통령을 가지지 못해온 우리 현실에 더 뼈아픈 통한을 느꼈습니다." (1990년 '과거문제 종결에 즈음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신사고에 의한 개혁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는데 히말라야 산맥이 높아서인지 한반도에는 아직 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럽만이 아니라 이 지역에도 개방과 개혁의 물결이 오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1990년 한·소 정상 간 대화)

▶"북방정책이라는 것은 가까운 길이 막혀서 도저히 갈 수 없다면 우회를 해서라도 가려는 것입니다. 더 먼 길이라고 하더라도 도중에 가시밭길이 있어 다리에 피가 나더라도 그것이 통일로 이르는 길일 때에는 우리는 서슴지 않고 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나의 북방정책의 기본 구상이며, 철학이기도 합니다." (1990년 MBC 창사 29주년 기념 특별회견에서)

▲ "내 이름은 조부께서 지어주신 것으로 '크게 어리석다'는 두 글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양극단은 서로 통한다'는 동양사상에서 보면 '크게 어리석은 것'은 곧 '크게 슬기로운 것'으로 내 이름에는 그분의 소망이 숨겨져 있습니다." (1990년 곤츠 헝가리 대통령 내외를 위한 만찬 중)

▲ "우리가 유엔 가입을 신청한 지 42년 8개월, 오랜 기다림 끝에 회원국이 됩니다. 이제 남에 의해 우리의 운명이 결정되던 어두운 타율의 역사는 끝이 났습니다." (1991년 시애틀 교민 오찬 연설에서)

▶ "국회는 어디까지나 여당이 이끌어 나가는 '여의도'가 되어야지, 야당에 끌려 다니는 '야의도'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 지난날 여소야대의 국회가 주는 교훈입니다." (1992년 제14대 총선 민주자유당 공천자 공천장 수여식)

▶ "나는 그동안 당총재로서,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의심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아왔습니다" (1992년 민주자유당 총재직 사퇴선언)

▶"'참고' '용서하고' '기다리는' 것, 그것이 참용기입니다." (1992년 6·29선언 5주년 기념 '보통사람과의 대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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