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있는 리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3), 힐링되는 영화
[스포있는 리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3), 힐링되는 영화
  • 원정민 인턴기자
  • 승인 2022.01.09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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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2013, 106분

본 리뷰는 영화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어떤때는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어릴 적에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폴은 그 충격으로 말을 잃은 채 두 이모와 함께 산다. 이모들은 댄스교습소를 운영하고, 폴은 그 교습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며 의미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피아노 조율사 할아버지가 떨어뜨린 레코드판을 가져다주려다 프루스트 부인의 비밀정원을 발견하게 되고, 거기서 폴은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과 상처를 찾게 된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차와 마들렌

프루스트 부인은 찾아온 손님들에게 차와 마들렌을 대접한다. 기억을 떠올릴 만한 음악을 들으며, 손님들은 잠깐 정신을 잃은 채 자신이 찾고 싶은 기억을 의식의 표면으로 끌어올린다.

폴이 누구의 욕심이 아닌 자기의 의지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폴의 엄마

프루스트 부인이 준 마들렌을 곁들인 차를 마시며 첫 번째로 떠오른 기억은 폴이 누워있고, 주변인들이 폴에게 원하는 미래를 얘기하는 장면이었다. 폴의 이모들은 폴이 피아노 연주자가 되기를 바랐고, 폴의 아빠의 친구는 폴이 아코디언 연주자가 되기를 바랐다. 어머니는 유일하게 아들이 누군가의 바람대로 크지 말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도록 응원했는데, 그 마음이 참 예뻤다.

폴은 이 기억 외에도 가족들에 대한 몇 가지 기억을 더 찾는다. 그러나 그 기억이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었다. 기억이 실제 상황과 달리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영화에서 반복하여 드러났다. 우리는 어떤 것을 목격할 때 단순히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만을 인식하지 사건의 전후 상황은 알지 못한다. 우리가 보고들은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고,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왜곡된 기억은 그대로 굳어져 뇌리에 깊게 박힌다. 때로는 주변 환경도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면 이 영화에서 폴의 이모는 자신들의 고고한 집안에 가족으로 들어온 폴의 아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실상, 폴에게 아빠에 대한 좋은 면은 별로 말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주변인의 말, 퍼즐 맞추듯 끼워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너무나 완벽하게 자신을 속인다. 폴 또한 자신의 기억 속에서 항상 담배를 피우고, 밝지 않은 표정의 아빠, 그리고 결론적으로 엄마를 때리는듯한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게 아니었고 단지 레슬링 연습을 하던 것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하는데, 아름답고 슬픈 그의 눈이 반달처럼 휘어지고,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을 때 그가 된 것 마냥 행복했다. 나의 기억으로 인해 감정이 격해졌다면, 한 번쯤은 한발짝 물러나 멀리서 사실관계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혹시 자신이 믿고 있던 것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너무 원망하진 말자. 모든 상황의 나침반이 똑같은 방향을 가리켰는데 나라고 달리 대안이 있었겠는가.

폴은 자신의 부모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피아노를 포기한 뒤, 프루스트 부인이 좋아했던 우쿨렐레를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 가정을 꾸렸다. 이모들의 꼭두각시처럼 살다가 프루스트 부인을 만나고 삶에 있어서 처음으로 선택이라는 걸 해본 그가 앞으론 어떤 선택을 해나갈지 궁금하다. 오래 돌고 돌아왔지만, 마침내 그는 엄마의 바람대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자신의 삶을 찾은 폴이 앞으로도 어디선가 잘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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