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인뉴스 장은송 인턴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요즘, 각종 커뮤니티에 "넷플릭스 작품 추천 부탁드립니다" 혹은 "미국 드라마 보려는데 뭐부터 봐야 할까요?"와 같은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그래서 본인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프렌즈'를 영업, 아니 추천하고자 한다.
본인이 쓴 기사들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 나는 방탄소년단의 팬이다. 갑자기 왜 덕밍아웃(덕질+커밍아웃)이냐 물으신다면, 프렌즈를 보게 된 계기가 방탄소년단 덕분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리더인 RM은 해외에 나가서도 따로 통역가를 부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영어 실력이 유창하다. 무려 중학생 때 따로 공부를 하지 않고 본 첫 토익 점수가 850점이 나왔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영어를 잘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즐겨 봤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그래서 본인도 이왕 영어 공부를 하자면 재밌게 하기 위해 '프렌즈'를 보게 됐다.
한국에 '하이킥' 시리즈가 있다면 미국엔 '프렌즈'가 있다?! 아니, '프렌즈 시즌 1'이 1994년에 시작했으니 프렌즈가 사실 시트콤의 원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프렌즈는 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시트콤 드라마다. 어쨌든 하이킥을 비유로 든 건 그만큼 프렌즈가 미국에서 '국민 시트콤'으로 유명하기 때문.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미국 방송사 NBC에서 2003년 시즌 10까지 방영될 수 있었다. NBC에서 밝힌 시즌 10 마지막 화 시청자 수는 약 5,246만 명이라고 추산했다.
프렌즈에는 딱히 주제가 없다. 큰 줄거리를 말하자면 6명의 친구들, 모니카(커트니 콕스), 레이첼(제니퍼 애니스톤), 피비(리사 쿠드로), 로스(데이빗 쉼머), 챈들러(매튜 페리), 조이(맷 르블랑)의 생활을 담은 이야기다. 이는 한 편 당 30분도 안 되는 시간이라 가볍게 볼 수 있다. 대신 에피소드 수가 시즌 10화 모두 통틀어 236개라 한 번에 다 몰아보는 걸 좋아한다면 시간이 널찍한 방학 때나 휴가 때를 추천한다. 본인은 학교 다닐 때 빠지게 되어 이동할 때조차 데이터를 키고 봐 다음 달 데이터 요금 폭탄을 맞기도 했다. 한 번은 작년 19년도까지만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고 20년도부터 계약 해지가 된다는 소문이 돌아 마지막 달에 몰아 보느라 날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기 비결이 뭘까. 장소라고는 크게 모니카와 레이첼이 함께 사는 집, 챈들러와 조이가 함께 사는 집, 그리고 여섯 친구들이 자주 모이는 카페가 중심을 이루고 그 외에는 필요할 때만 이동하는데도.

일단 주연 인물들의 성격이 각자 개성이 있으면서도 서로 겹치지 않는다. 결벽증이 있지만 꼼꼼하고 승부욕이 아주 강한 모니카부터 처음에는 아무것도 제 손으로 할 줄 아는 게 없었지만 점점 꿈을 위해 달려가는 레이첼, 4차원을 넘어선 괴짜이지만 그 모습이 사랑스러운 피비, 다소 눈치 없이 굴고 어리바리한 너드지만 귀여운 로스, 친구들 한 마디에 늘 두 마디씩 얹는 유쾌한 챈들러, 허당기가 있어도 착하고 순박한 특히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조이까지. 이런. 한 마디로만 정의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주변에 있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내 옆에 없는 그런 스타일들이 모였다. 이 여섯 친구들의 일상을 지켜보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고 있다. 이 밖에도 건서, 캐롤, 재니스 등 감초 역할의 캐릭터들이 나온다. (TMI 지만 나는 모든 캐릭터들 중 재니스를 가장 좋아한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극 중에서는 놀림거리로 사용되지만 정말 매력 있다.)
또, 프렌즈를 보고 있으면 '역시 유행은 도는구나'를 몸소 실천하게 된다. 특히 패션업계에서 일을 하는 레이첼의 의상은 지금 입어도 충분히 세련되어 보인다. 모니카는 깔끔한 성격을 드러내듯 주로 무채색 옷을 입는데 요즘 유행하는 반팔 크롭 티에 슬랙스를 입은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아, 혹시 히피 스타일로 입는 걸 좋아한다면 피비를 참고하면 되겠다. 오죽하면 커뮤니티에 '프렌즈식 코디 스타일'이라고 올라오겠는가. 물론 배경이 개방적인 미국이라 노출이 좀 있는 건 감안했으면 좋겠다. 공공장소에서 보다가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니.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섀도잉이나 딕테이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프렌즈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대본이 함께 뜨는데 이는 많은 전문가들이 프렌즈가 실제 회화에 자주 쓰이는 대사들을 많이 넣어 영어 공부를 하기에 좋다고 추천했기 때문이다. 또 일상적인 내용으로 대사가 쉽다 보니 수능 이후 영어에 손을 놓은 본인에게도 몇몇 대사들은 귀에 쏙쏙 박힐 정도이다. 전 시즌 대본집도 검색을 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마지막은 작년 '극한직업'이 천만 관객을 넘긴 것과 일맥상통하게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본인이 학생이라면 오전부터 오후까지 강의를 듣고 시험공부도 하고 힘든 하루를 보냈다고 치자. 그런데 시간 내서 보는 게 답답한 내용이라든가, 사건사고가 다양해 많은 생각을 요구한다면? 보기 싫어질 것이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퇴근해서 집에 왔는데 좀 마음 편하게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게 좋지 않겠는가. 딱 프렌즈가 그렇다. 매회 에피소드가 다르기 때문에 굳이 앞 화가 어땠더라 떠올릴 필요도 없고 웃음 코드도 의외로 한국과도 맞아 진입 장벽이 낮다. 오히려 몸으로 웃기려고 하는 예능보다 이편이 더 재밌는 것 같다. 프렌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관객 웃음소리가 왜 이렇게 크냐."라고 묻는데 이는 관객들이 출연진들 앞에서 실제로 보면서 반응하기 때문이다. 따라 감독과 작가는 관객들 반응을 지켜보며 웃음소리가 작다고 느껴지면 즉석에서 대사를 수정한다고 한다. 몇 화가 진행되면 관객들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나까지 동기화되어 웃고 있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프렌즈의 팬인 사람들에게는 환호할만한 소식이 있다. 오는 5월 미국의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가 프렌즈의 25주년을 맞아 스페셜 특집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주연 배우들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각자 인스타그램에 프렌즈의 과거 화보 이미지와 함께 "It's happening"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는 재결합을 공식화한 것이다. 벌써 프렌즈의 공식 오프닝 곡인 'I'll be there for you'가 흘러나오면 눈물을 흘릴 본인의 모습이 예상된다.
본인이 정말 애정 하는 작품인 만큼 지금까지 쓴 기사들을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작성했다. 지금 글을 쓰는 와중에도 눈은 휴대폰으로 틀어 놓은 프렌즈로 향하게 된다. 이 정도까지 말을 하는 데에는 그만큼 이 글을 읽고 영업되어 볼 사람들에게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