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기쁜 얘기, 잔인하고 슬픈 얘기"

[스타인뉴스 김가현 인턴기자]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무대를 자랑하는 뮤지컬 <아이다>가 지난 2월 23일 막을 내렸다. <아이다>의 원저작권자인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에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레플리카 공연을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버전의 <아이다>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아이다>는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한 뮤지컬이다. 원래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뮤지컬 영화로 만들기 위해 계획했던 것이었고, <라이온 킹>을 성공으로 이끈 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참여하였다. 그런데 엘튼 존이 뮤지컬로 만드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였고, 이를 받아들여 <아이다>는 뮤지컬로 제작되었다.

<아이다>는 이집트와 누비아 두 나라간의 전쟁 상황을 배경으로 하며,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 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철없던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의 내적 성장, '아이다'가 느끼는 한 나라의 지배자로서의 책임감 등 다양한 방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아이다'가 이집트로부터 "침략을 당한" 누비아의 공주라는 신분이라는 것은 <아이다>만의 매력을 톡톡히 드러낸다. 이 설정은 단순히 신분 차이나는 두 인물 간의 사랑 이야기에서 이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다와 함께 이집트에 포로로 잡혀 온 누비아 백성들 누비아의 구원을 외치는 목소리, 그로 인해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과 내적 갈등, 그리고 누비아 공주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그녀가 보여주는 주도적인 모습 등이 <아이다>의 스토리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

<아이다>의 또 다른 매력은 '암네리스'라는 캐릭터로 인해 발현된다. '암네리스'는 이집트의 공주이자 '라다메스'의 약혼녀이다. 내면보다 외면에만 신경쓰는 철없는 모습을 보이며 극 초반에 약간은 백치스러운 모습으로 웃음 포인트를 던지던 그녀가 이집트의 진정한 공주로서, 그리고 한 나라의 지배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내면적인 성장을 이루는 변화를 보여준다.
그녀가 부르는 넘버 중 <아이다>에서 굉장히 유명한 넘버인 "My Strongest Suit"는 "평범한 의상을 입느니 차라리 맥주통 입겠어", "내 드레스가 바로 또 다른 나"라며 외적인 모습을 중시하는 암네리스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화려한 패션쇼와 신나는 음악, 군무가 어우러지는 이 장면을 <아이다>의 최애 장면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세계 최고 암네리스라는 평가를 받는 한국 대표 뮤지컬 배우 '정선아'가 선보이는 무대는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냈다.

<아이다>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로 '앙상블'을 빼놓을 수 없다. 화음을 이루며 노래를 하고, 군무를 하는 앙상블의 파워와 매력을 잘 드러낸다. 특히 이번 시즌 <아이다>는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앙상블 상'을 받으며, 뮤지컬에 있어서 앙상블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누비아의 백성들이 아이다를 향해 누비아의 구원을 처절하게 노래하는 "Dance of the Robe" 장면이다. 포로로 잡혀 있는 현 상태에 대한 절망과, 누비아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득 품은 표정과 목소리로 노래하고 춤추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전율이 돋을 수밖에 없다. 이때 앙상블들이 보여주는 에너지는 주인공 아이다를 보이지 않게 할 만큼 강렬하다. 음악 선율이 슬픈 것도 아니고, 누군가 죽은 것도 아니지만, 누비아의 전통 음악에서 사용할 법한 다양한 타악기 소리가 들리는 음악이 배우들을 진짜 누비아인들로 보이게 만든다. 또 이에 맞춰 절실함을 가득 담은 안무를 추는 앙상블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리게 한다.

이외에도 뮤지컬 <아이다>는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넘버들, 나일 강변을 배경으로 하는 아름다운 무대 연출,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아쉽게도 3월부터 4월에 예정되어 있던 부산 공연은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취소되었다. 새롭게 리뉴얼 된 뮤지컬 <아이다>가 하루 빨리 다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