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인뉴스 이주빈 인턴기자] 2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은밀힌 초대 뒤에 숨은 괴물- 텔레그램 박사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에 대해 방송했다.
지난 26일 텔레그램 일명 '박사방'을 운영했던 조주빈이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했다는 죄로 구속되었다. 그는 sns에 고액 모델 알바 구인공고를 올려 돈이 필요한 여성들이 미끼를 물면 알바비를 지급해야 하니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얻어낸 개인정보를 통해 협박을 하여 성착취 사진 또는 영상을 찍도록 종용했다. 이렇게 해서 얻어낸 영상을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유통했다. 현재 밝혀진 피해자는 74여 명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에는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박사와 조주빈이 일치하는가에 대해 추적하면서 그 과정에서 조주빈의 지인들과 인터뷰하고 조주빈의 가난과 가정환경에 대해서도 다뤘다.
방송에서 인터뷰한 조주빈의 지인 A씨는 "조주빈이 박사라면 돈 때문에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며 "돈에 대한 욕망이 컸고 여성 혐오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찢어지게 가난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이 이혼하셨는데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자랐고 어머니를 되게 안 좋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 B씨는 "부모님 사이에 폭행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게 가정환경에 영향을 줬을 것 같다"며 조주빈의 아버지가 어려운 환경에서 폐지를 주우면서 생계를 꾸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송은 다소 불편하다. 지난 25일 종로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되었다가 경찰서를 나선 조주빈은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취재진들의 "피해자들에게 할 말은 없냐", "음란물 유포 혐의는 인정하십니까", "미성년자 피해자가 많은 데 죄책감은 안 느끼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침묵을 고수했다. 그는 손석희 JTBC 사장과 윤장현 광주시장에게는 사과했지만, 정작 성 착취 피해자들에게는 끝까지 사과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유명인사들을 언급하면서 그들을 자신과 같은 반열에 올리고 스스로를 악마라고 칭하며 우월감을 느꼈을 것이다.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
범죄자가 유치장을 떠나면서 말하는 대사가 아닌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에 나오는 빌런의 대사 같다. 범죄자의 가해 사유를 왜 그의 어린 시절 가난과 가정환경에서 찾는가. 왜 범죄자에게 서사를 주는가.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것은 없다. 우리는 범죄자의 관점에서 그를 이해할 필요가 없다. 조주빈의 인생사와 그의 친구들의 시시콜콜한 인터뷰, 그의 어린 시절 글쓰기 솜씨가 뛰어났다는 이야기들을 알고 싶지 않다.
범죄자의 평소 일화들이 온갖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학점이 4점대로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많았으며 활발한 학생이었다, 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다녔다 등등. 하지만 이것은 재밌게 소비해야 할 가십거리가 아니다.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하는 건 n번방 관련한 사람들에 대한 처벌, 그리고 피해자들의 생활 안정이다. 조주빈은 파급력이 큰 언론을 통해서 괴물, 악마와 같은 거대한 호칭으로 불리는 것을 바라고 있을 것이며 방송에서 그를 괴물, 악마라고 칭하는 것은 그의 비대한 자의식에 호응해주는 결과밖에 불러오지 못한다. 조주빈은 괴물도, 악마도 아니며 그저 약자를 착취하고 학대하고 그로 인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성범죄자에 불과하다. 이 범죄를 가십거리처럼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