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인뉴스 이상백 기자] 올 시즌 월드클래스 활약을 펼치고 있는 토트넘 손흥민(28)의 발끝에 ‘축구 종가' 영국이 주목하고 있다.
17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리는 토트넘과 리버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 경기는 올 시즌 가장 흥미로운 빅매치로 꼽히고 있다. 현지에서는 에이스 손흥민이 무난히 선발 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1~2위를 달리며 우승 경쟁을 펼치는 두 팀의 시즌 첫 맞대결이다. 현재 토트넘은 리버풀과 7승4무1패(승점 25)로 같은 승점을 기록 중이지만, 골득실에서 토트넘(+14)이 리버풀(+9)에 앞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토트넘은 전적에서 리버풀에 열세다. 2017년 10월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리버풀에 4대 1 승리를 거둔 이래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특히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포함해 리버풀과 최근 5경기에서 모두 졌다. 현재 리버풀은 안필드에서 리그 65경기 무패(54승11패)를 달리고 있다.
그래서 토트넘은 에이스 손흥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손흥민은 올 시즌 12경기에서 10골을 터뜨리며 리그 득점 부문 공동 2위에 올라있다. 현재 리버풀의 수비진은 온전치 못한 상황. 세계 정상급 수비수인 페이질 판데이크와 조 고메스가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된 데 이어, 요엘 마티프마저 허리 부상으로 토트넘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리버풀을 상대로 유난히 부진했던 손흥민에겐 절호의 기회다. 그동안 손흥민은 리버풀과의 9경기에 나서 단 한 골에 그쳤다. 2017년 10월 정규리그 경기에서 유일한 득점을 올린 뒤 3년 넘게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손흥민에게도 리버풀전에는 많은 게 걸려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일정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13골·7도움으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리그에서만 10골·4도움이다.
올 시즌 손흥민은 어느 아시아 선수도 가본 적이 없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에 도전한다. 아시아 선수 최초 ‘유럽 빅리그(5대 리그로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득점왕’ 타이틀이다. 도미닉 캘버트-르윈(11골·에버턴)에 이어 득점 랭킹 2위(10골)인 손흥민은 이번에 득점하면 선두로 나설 수 있다.
또 동료 공격수 해리 케인과 함께 올 시즌 리그 13번째 합작 골을 넣는다면, EPL 단일 시즌 합작 골 기록을 25년 만에 새로 쓰게 된다. 현 최다 기록은 1994-1995시즌 블랙번 로버스에서 13골을 합작한 앨런 시어러-크리스 스턴 듀오가 가지고 있다. 이 시즌에 블랙번은 우승했다.
그리고 손흥민이 리버풀전서 2골을 넣으면 토트넘 통산 100호 골 금자탑을 세운다. 손흥민은 2015년 8월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관건은 지금 경기력을 얼마나 유지하냐에 달렸다. 그동안 손흥민은 살인 일정으로 종종 무너지곤 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2주 동안 약 8200㎞를 이동하며 5경기를 뛰었고, 결국 지난 9월 28일 뉴캐슬전에서 햄스트링으로 쓰러졌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펼쳐지는 일명 ‘박싱데이(선물상자를 열어 보는 날이라는 뜻)’ 일정이 변수다. 토트넘은 리버풀전 후 20일 3위 레스터시티전이 기다린다. 그 후 연말 ‘박싱데이’ 일정이 토트넘을 기다리고 있다. 토트넘이 넘어야 할 시즌 첫 번째 고비다. 이 고비를 잘 넘긴다면 토트넘이 사상 3번째이자 59년 만의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은 커진다.
.토트넘 진영에서 시작해 약 75m를 질주한 뒤 손흥민이 골을 넣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1초. 이 사이 그를 막으려고 상대 선수 7명이 줄줄이 달려들었지만 손흥민이 그들보다 빨랐다. 작년 12월 8일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번리전 전반 32분 손흥민이 골키퍼 타이밍을 빼앗은 뒤 침착하게 득점하는 장면이다.
리버풀전 후엔 2020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가 열린다. 한국시각으로 18일 오전 3시부터 시작하는 이 시상식은 코로나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번리전에서 기록한 75m 단독 돌파에 이은 원더골로, 전 세계에서 한 해의 가장 멋진 골을 뽑는 ‘푸스카스상'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됐다. 만약 수상한다면 손흥민에겐 평생 잊지 못할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