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인뉴스 이상백 기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전설적인 원로 여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77)가 프랑스에서 배우자 백건우와 딸의 방치 속에 홀로 투병 중이라는 청와대 청원이 게시됐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윤정희를 구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이 글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관리자가 실명은 가린 상태이다.
청원인 A씨는 먼저 윤정희의 상태에 대해 “남편과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파리 외곽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알츠하이머와 당뇨와 투병 중”이라며 “수십년을 살아온 파리 외곽 지역 방센느에 있는 본인 집에는 한사코 아내를 피하는 남편이 기거하고 있어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처에 (윤정희의) 딸이 살기는 하나 직업과 가정생활로 본인의 생활이 바빠서 자기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며 “직계가족인 배우자와 딸로부터 방치된 채 윤정희는 홀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혼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윤정희의) 형제들이 딸에게 자유롭게 전화와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감옥 속 죄수를 면회하듯이 횟수와 시간을 정해줬다. 전화는 한 달에 한 번 30면, 방문은 3개월에 한 번 두 시간”이라면서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유린당하고 있고 인간의 기본권은 찾아볼 수 없다”고 호소했다.
또한 “남편인 백건우는 아내를 안 본지 2년이 됐다. 자신은 더 못하겠다면서 형제들에게 아내의 병간호 치료를 떠맡기더니 2019년 4월 말, 갑자기 딸을 데리고 나타나 자고 있던 윤정희를 강제로 깨워서 납치하다시피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이후 윤정희의 남편은 서울에 나타나 언론에 자청해서 인터뷰했다. 감추어도 모자랄 배우자의 치매를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 의식불명 또는 노망 상태인 것처럼 알린다”며 “(명랑하던 윤정희는) 프랑스에 끌려가 대퇴부 골절로 입원도 하고 얼굴은 20년도 늙어 보인다”고 전했다.
A씨는 “윤정희는 파리에서 오랫동안 거주했지만, 한국과 한국 영화를 사랑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윤정희는 노후를 한국 땅에서 보내길 항상 원했고, 직계가족으로부터 방치되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박탈된 상황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남은 생을 편안히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형제 자매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서 제대로된 간병, 치료를 애원을 하고 대화를 요청했지만 전혀 응답이 없고 근거없는 형제들 모함만 주위에 퍼트리니 마지막 수단으로 청원을 한다”고 간절히 호소했다.
윤정희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지난 2019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10년쯤 전에 시작됐다"며 "안쓰럽고 안된 그 사람을 위해 가장 편한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백건우는 인터뷰에서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냐고 묻는 식이다.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한 100번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식이었다”며 “딸을 봐도 자신의 막내 동생과 분간을 못했다. 처음에는 나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딸 역시 “나를 못 알아볼 때가 정말 힘들었다. 내가 ‘엄마’ 하면 ‘나를 왜 엄마라 부르냐’고 되묻는다”고 엄마의 상태를 설명했다.
윤정희는 한국 영화의 황금기로 불리는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연 주인공이기도 하다. 마지막 작품은 공교롭게도 2010년에 나온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다. 윤정희는 이 영화에서 홀로 손자를 키우며 늦은 나이에 시를 배우는 할머니 ‘미자’를 연기했다. ‘미자’는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겪는 역할로 이창동 감독이 처음부터 윤정희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었다. 이 작품으로 윤정희는 국내 영화 상 여우주연상을 휩쓴 것은 물론이고 칸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았고, LA 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