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CD…이젠 환경을 위해 변화해야 할 때
버려지는 CD…이젠 환경을 위해 변화해야 할 때
  • 김민지 인턴기자
  • 승인 2022.10.05 2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덕질’을 위해 구매하는 CD, 과거 음악을 듣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던 CD. 요즘 아이돌 팬들은 앨범더 이상 하나만 구매하지 않는다. CD로 음악을 듣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멜론,지니 등 음원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CD업계는 위축되었다.

하락세로 접어들던 음반 시장이 반등한 건 2010년 소녀시대 정규 2집 'Oh!'부터다. 앨범마다 멤버 9명 중 1명의 포토카드를 넣었는데, 이 랜덤 포토카드가 앨범 판매량을 늘리는 일등 공신이 됐다.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똑같은 앨범을 여러 장 사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CD=음악 앨범이라는 과거의 개념을 부수고, CD가 굿즈의 역할까지하게 되며 마지막 밀리언 셀러가 탄생했던 2001년 이후 12년만인, 2013년 엑소가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며 CD의 부흥을 다시 이끌어 냈다. 또한 매체의 발달로 더욱 확장된 K-POP의 영향력으로 인해, K-POP 앨범은 더욱 잘 나가, 업계는 버려질 것이 뻔히 보여도 CD를 계속 찍어 내고 있다. 2017년 1,693만 장이던 K팝 앨범 판매량은 앨범의 '굿즈'화와 더불어 K팝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현상에 힘입어 지난해 5,709만 장까지 치솟았다.

CD 부활 이끈 '포토카드', '팬싸컷’

팬들 사이에서 포토카드를 사고파는 문화도 CD가 굿즈화가 된 이후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인기 멤버의 희귀한 포토카드는 부르는 게 값. 비싼 건 중고 시장에서 100만 원이 넘는 경우도 존재한다. 똑같은 앨범을 여러장 구매하는 것이 본인이 원하는 포토카드의 가격보다 앨범을 여러 장 사는 게 더 저렴하기 때문에 팬들은 많은 양의 앨범을 구매하는 것이다.

대부분 팬 사인회가 '줄 세우기' 방식으로 열리는 것도 과도한 음반 사재기를 부추기는 원인중 하나이다. 이 방식은 일정 기간 동안, 앨범을 많이 구매한(앨범당 1장씩 들어 있는 팬 사인회 응모권을 많이 가진) 순서대로 참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인기 아이돌의 경우 '팬싸컷(팬 사인회 커트라인)' 통과 기준이 통상 보통 100장 이상인데, 이는 팬 사인회에 참석하려면 100장의 앨범을 사야 한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가수를 보기 위해 팬들은 많은 양의 앨범을 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앨범 판매의 부흥과 더불어 K팝 산업에서는 발매 첫 주의 초동 판매량을 가지고 팬덤의 규모를 짐작하는 관습이 존재하고, 미디어에서도 앨범 판매량 같은 수치에 관심이 쏠려 타이틀을 내세우다 보니, 제작사나 팬 모두 앨범 판매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K팝 시장에서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전략을 만들고 있어 음반 판매량의 증가 추세는 당연하게 되었다.

팬들이 포토카드, 팬 사인회 응모권 등 목적을 챙기고 나면 CD는 자주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대형 음반 판매 매장에서는 K팝 구매자 80%는 매장에서 CD를 버리고 포카만 챙겨서 가는 현상은 빈번하다. 버려진 앨범을 모아 뒀다가 본사에 보내는데, 결국 폐기되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돌뿐만 아니라 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띠부 실을 모으는 현상과 닮았다. 포켓몬 빵 스티커를 모은다며 빵은 버리고 스티커만 가져가는 행태와 똑 닮았다. 허나 빵은 썩어도 폴리카보네이트, 즉 플라스틱인 CD는 썩지 않는다.

.

환경 위해 변화해야 할 음반시장

탄소중립을 위해 대기업들도 산업의 방향성을 변화하고 있는 현재, 음반시장 역시 변화를 꾀해야 할 때이다 업계에서도 친환경 앨범을 내놓고 있다. 저탄소 인증 용지나 콩기름 잉크로 앨범을 제작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아예 'CD 없는 앨범'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앨범', '스마트 앨범' 등으로 불리는 이들 앨범은 실물 CD가 없이 일반 QR코드나 NFC 등 디지털 코드를 기반으로 한다.

최근 첫 솔로 앨범을 낸 BTS 멤버 제이홉의 앨범도 QR코드 형태로 만들어진 음반이다. 일단 CD가 빠지니 앨범 부피가 확 줄었다.

그러나 K팝 시장이 국내로 한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반 앨범이 '빌보드' 차트 집계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은 친환경 앨범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빌보드 200'을 예로 들면 실물 음반 등 전통적 앨범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SEA),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TEA)를 합산해 앨범 소비량 순위를 산정한다. QR코드로 제작한 제이홉의 앨범 판매량은 국내 써클, 한터 차트에만 집계되고 빌보드 차트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디지털 기반 앨범이 정착하려면 궁극적으로 해외 차트 집계 방식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성적과 인정을 위해 절대적인 수치를 중요시하는 문화에서 벗어나고, 피지컬 앨범(실물 앨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USB든 뭐든 그걸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앨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간의 간극을 좁히는 것 또한 숙제로 남아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